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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검찰, '서해 피격' 핵심 피의자 자택도 압수수색… 범죄혐의 소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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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0여곳 동시다발 압수수색 단행
피고발인 휴대폰·사무실 이어 자택도 압수수색
증거물 분석 후 박지원·서훈·서욱 등 소환조사 예정
朴 “자택 압수수색은 겁주고 망신주려는 것"
한국일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압수수색을 지켜본 뒤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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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휴대폰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숨죽이고 있던 검찰이 단번에 수사를 본궤도에 올린 만큼,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압수수색 한 달 만에 동시다발 출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6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자택과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휴대폰과 개인수첩 등을 확보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 대상은 10여 곳으로 국방부 예하 부대와 해양경찰청 등도 포함됐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격될 당시 자진 월북이 아니라는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를 받는다. 서훈 전 실장과 서욱 전 장관은 국방부 등에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과 감청 정보가 담긴 군사 기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이날 강제수사는 지난달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지 한 달 만에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달 6일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자, 일주일 뒤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서버에 남은 각종 보고서와 정보 생산·삭제 기록,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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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여의도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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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본궤도… 피고발인 소환 임박


검찰 주변에선 이날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것으고 보고 있다. 특히 범죄 혐의와 관련해 상당한 소명이 필요한 자택 압수수색 영장까지 무더기로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검찰이 유의미한 단서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은 그간 고발 내용을 토대로 국정원 문서 생산·결재에 관여했던 국정원, 국방부, 해경 관계자들을 잇따라 조사해 사실관계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폰과 수첩 등을 분석해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등 정부기관 사이의 기록 삭제 지시 경로와 정확한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 등 당시 주요 기관 수장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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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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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압수수색은 망신주기" 반발


검찰 수사의 최종 타깃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 등 윗선으로 뻗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대준씨 유족 측은 이씨가 피격됐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사건 대응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면, 기록 삭제 지시의 최고 윗선을 가려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에 당사자들과 야당은 반발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게 "자택 압수수색은 겁주고 망신주려는 것"이라며 "국정원을 개혁한 나를 정치적 잣대로 고발하고 조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인디언 기우제'식 정치보복 수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원하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털겠다는 검찰의 집념이 무섭게 느껴진다"며 "민생경제는 위기인데 전 정부를 겨냥한 북풍몰이와 보복 수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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