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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본격 여론전 나선 이준석…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尹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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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들 일일이 실명 저격

李 페북에 “라디오서 뵙겠다”

이준석 기자회견 후폭풍

비대위 출범 앞둔 여권 판 흔들어

가처분 기각 대비 선제적 대응

친윤 “대통령 개고기 빗대” 격앙

李 “다들 뭐에 씐 건지” 또 맞불

김용태 “이젠 尹 입장 표명해야”

대통령실·당지도부는 말 아껴

李대표 일문일답

“회견중 흘린 눈물은 분노의 의미

윤핵관, 또 희생양 찾아 나설 것

삼성가노 떠올라… 제할말은 할것”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 달여 만의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직격한 이튿날인 14일, 여권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는 앞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윤 대통령 등을 겨냥한 작심 발언까지 쏟아내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우선 뵙겠다”며 대대적인 여론전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 당 상황에 대해 “우선 국민과 당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리려 한다”며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하며 실명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윤핵관 의원들의 서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그는 일명 ‘내부 총질’ 문자 파문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또 윤 대통령에 대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 저 ××’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썼다. 회견 도중 ‘당원 가입 캡처 화면을 보내온 젊은 세대’와 ‘보수정당에 대한 기대로 민원을 가져오는 호남 도서벽지 주민’ 등을 언급할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눈물에 분노의 의미가 담겼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난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선 건 정확히 36일 만이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향후 당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직접 만들고, 당의 혁신방향에 관한 책을 출간하겠다고 예고했다.

◆‘尹 리더십까지 거론’ 레드라인 넘은 李… 친윤 “정신나간 사람”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고, ‘자동 해임’된 이준석 대표가 본격적인 반격을 개시하면서 여권이 끝 모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을 직격한 것은 정치권에서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여권 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반(反)이준석’ 세력은 이 대표의 윤 대통령 직접 비판이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보고, 그를 맹폭했다. 지도체제를 재정비하고 국정 동력을 다시 확보해야 할 시점에 여권이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힌 모양새다.

이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세력을 저격하고 나선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수순을 밟고 있는 여권의 판을 크게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여권 내홍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에 대비해 선제적인 여론전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의 대표직 해임을 ‘전체주의적 행태’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인 전선을 형성해 만약 법적 분쟁에서 패하더라도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는 오는 17일 열린다. 국민의힘은 16일 비대위 출범에 절차적 흠결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에선 이 대표의 회견 이틀째인 14일까지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섣불리 대응에 나설 경우 이 대표가 의도한 여론전에 휘말리며 이슈를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름이 거명된 이철규 의원을 필두로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를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에게 서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는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유치한 이야기”라며 “선출직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당대표 해보니까 세상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 줄 안다”고 일갈했다.

김미애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 탈을 쓰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회견에서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라며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한 듯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도대체 다들 뭐에 씐 건지 모르겠다”고 공개 반박했다. 반면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은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김웅 의원은 이 대표의 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MBN 인터뷰에서 “이제는 대통령께서 정말 입장 표명을 해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를 적극 옹호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 게시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답답한 심정, 억울한 심정은 잘 알겠지만 조금 더 성숙하고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은 이 대표의 회견을 고리 삼아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당대회 인사말에서 “이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우리는 배은망덕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구나 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당원 소통 플랫폼 제작과 책 출간 등을 예고한 이 대표는 신규 당원 가입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이라는 글을 올리며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쓸 때, 우린 당원이 돼 미래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尹대통령과 만날 이유도, 풀 것도 없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 도중 흘린 눈물에 대해 “분노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내홍 상황에 대해 “리더십의 위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의향에 대해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도 일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는.

“분노의 의미가 가장 크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을 리더십의 위기란 생각이 들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당에서 김앤장 출신 변호사까지 수임해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에서도 어려운 법리적 다툼을 예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각이 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결국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사람들은 정당과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기에 또다시 그들만의 희생양을 찾아 나설 것이다.”

―희생양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나.

“삼성가노(三姓家奴: 성을 셋 가진 종)란 단어가 떠오르긴 한다. 그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겠다.”

―‘이 ×× 저 ××’라고 말한 게 윤 대통령인가.

“(윤 대통령과의) 자리에 배석했던 한 의원이 저한테 얘기를 해줬다.”

―내년 전당대회에 출마할 의향은.

“지금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면 12월쯤에 후보 공고를 내서 절묘하게 이준석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점에 전대를 치르는 방법으로 국민을 현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당의 행동을 보면서 가장 웃고 있을 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닐까.”

―윤 대통령과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건가.

“누가 ‘대통령도 사람이다’라고 얘기했다.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반문해야 한다. ‘대통령만 사람이냐.’ 저도 제가 할 말은 하겠다.”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은.

“윤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을뿐더러 대통령과 풀 게 없다.”

―주 위원장과 만날 계획은.

“주 위원장께서 저에게 할 말씀이 있더라도 저는 그것을 듣지 않는 것이, 그리고 저도 어떤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이 주 위원장에게도 저에게도 낫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주 위원장에게는 어떤 책임도 없다.”

―윤 대통령 텔레그램을 보고 특이하다고 말했다.

“우선 저는 ‘체리 따봉’을 못 받아봤다.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며 상상했던 대통령의 모습과 겹쳐지는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주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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