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법인세 줄이는 한국 보란 듯…미국, 법인세 증세로 미래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인플레 감축법’ 발효 임박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 법인세 늘려 재원 마련 핵심
에너지 안보·기후위기·서민 의료
향후 10년간 633조원 집중 투자

전문가들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
한국 정부에도 적극적인 역할 주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미 의회를 통과해 발효를 코앞에 두고 있다.

법인세를 늘려 마련한 재원을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서민 의료 지원 등에 집중 투자하면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의료 서비스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IRA의 기본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재원을 마련하고,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IRA는 향후 10년 동안 4850억달러(약 633조4100억원)를 투입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헬스 케어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3860억달러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태양광 패널 등 청정 전력 생산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른 보험 수혜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대, 유지하는 데 쓰인다.

바이든 정부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연평균 이익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제조업 제외)을 대상으로 15%의 최저법인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은 21%의 단일 세율이지만 각종 공제와 감면 혜택 등을 고려하면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은 15%를 하회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하한선을 설정해 법인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IRA는 종전과는 달리 미 고령층 의료보험 시스템인 ‘메디케어’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대해 제약사와 직접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의약품 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제약사에 지불됐던 약품 관련 재정 지출을 크게 낮춰 재원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10년간 확보될 재원 규모는 총 7900억달러로 추계됐다.

IRA는 표면상으로는 재정 투입을 통해 에너지와 의료서비스 물가를 잡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실질은 대기업 증세를 통해 기후 대응과 서민 의료 혜택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504조원가량의 예산이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돼,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을 확대하고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의 물가 측면이라기보단 산업 정책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나 공급 능력 확충을 유도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 구조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같은 구호를 내세우면서 산업 구조에 대한 뚜렷한 방향 설정 없이 감세 일변도 정책으로 민간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정부는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접근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가는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 역시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전환을 중시하는 만큼 한국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인플레 국면이라고 해도 투자할 부분은 과감히 투자해줘야 중장기적으로 공급 측면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