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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준석 회견에 여권 발칵…"尹을 개고기에 비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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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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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정면으로 공박하고, 당내 친윤그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대표 징계에서 시작된 여권의 내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 저 ××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실명을 거론하며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은 수도권 열세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새벽 페이스북에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될 망언"이라고 썼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탈을 쓰지도 않았다. 사람의 머리로써 사람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라며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먼저 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단어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내부총질' 문자 파문 직후인 지난달 27일 본인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겨냥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 와서 판다"고 언급한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 "일련의 상황을 보고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며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윤균 기자]

'뇌관' 다 건드린 이준석…출범 전부터 흔들리는 비대위

李 "온라인 소통공간 만들것"
유승민과 연대 가능성도 주목
가처분 관계없이 내홍 커질듯

"기성정치 폭격" "즙짜기"
여권 내부서 평가 엇갈려

매일경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의 지난 13일 62분간의 '작심 기자회견'은 앞으로 여권에서 대형 악재로 팽창할 수 있는 여러 '뇌관'을 던졌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 인사들을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당내 갈등이 절정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도, 비공식 입장도 낼 것이 없다"며 언급 자체를 피했다. 대응할수록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자신의 문제에 대한 건 쏙 빼고, 대통령에 대한 비판만 자극적으로 강조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갓 출범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도 뒤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 과정에 대해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며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 "파시스트적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비대위는 좌초 위기에 봉착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절정으로 치달은 당내 갈등을 비대위 수준에서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내 상당수 의원은 이 같은 양상에 대해 "당이 공멸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이 대표가 당원들의 온라인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고 예고한 것도 비대위 차원에서는 부담이다. 이 대표는 "그들(윤핵관)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다음주부터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려고 한다"며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탈고를 앞둔 이 대표의 책 역시 또 다른 뇌관이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말미에 '오늘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할 말을 다했다고 보면 되겠느냐'는 질문에 "네? 책을 왜 쓰겠습니까, 제가"라며 남은 폭로가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신당 창당엔 선을 그었지만, 유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자 윤핵관 대비 높은 지지율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초강수에 '친이' 의원들이 호응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권위주의적 권력 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며 "여의도 정치를 사람도 조직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에 충성하는 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절규가 국민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웅 의원도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공개 저격한 '윤핵관'은 강력 반발했다. 이철규 의원은 언론에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평가할 가치도 없다. 본인이 한 말부터 약속을 지키라"며 "이 대표가 달나라나 화성으로 가면 나도 호남 출마를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윤핵관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지적에 반응한 것이다. 원로 인사들도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과했다고 보고 비판 일색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4일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제(13일)의 기자회견은 지나쳐도 많이 지나쳤다. 그동안 젊은 당 대표라 많은 당원이 참고 존중해줬다"며 "더 이상 눈물팔이로 본인의 정치 사법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여권에 분란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뚜껑을 여니 소문난 잔치에 진짜 먹을 것 없다"며 "기대에 결코 어긋나지 않는 즙 짜기"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성상납 은폐교사에 대해선 입도 뻥끗 안 하면서 큰 거 한 방 터뜨린다고 하더니만 공갈빵만 부쉈다. 자해쇼였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지만 좀 더 말을 가려서 했으면"이라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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