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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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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 정동환 "신구 선생과 한 무대 영광…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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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역 "내 인생 도전의 연속…재미있는 작품 만들어 보겠다"

"공연예술이 문화예술의 기본…한류 지키려면 기술자 아닌 진짜 장인 키워야"

30일 한전아트센터서 개막…86세 신구, 건강 회복 후 무대 위 '불꽃 투혼'

연합뉴스

연극 '두 교황'의 정동환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임지우 기자 = "영화도 영화대로 좋았지만 우리는 우리식대로 일단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영화보다 메시지가 강할 거에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연극 '햄릿'에서 조역인 '폴로니어스'를 맡아 열연한 정동환(73)은 국립극장에서 햄릿이 막을 내리기도 전에 또 다른 화제의 연극 '두 교황'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연습에 매진 중이다.

'두 교황'은 자진 퇴위로 가톨릭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이 쓴 작품. 넷플릭스가 영화로도 제작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 베네딕토 16세는 앤서니 홉킨스, 프란치스코는 조너선 프라이스라는 영국의 명배우들이 맡아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주요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정동환은 교황 프란치스코 역을 맡는다. 베네딕토 16세 역의 신구(86))와는 TV 드라마에서는 수십 년간 여러 차례 같이 출연한 적이 있지만 한 연극 무대에서 상대역으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 한전아트센터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신구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면서 이 연극이 무엇보다 재미있고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연출팀이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팀이에요. 처음엔 좀 거부감도 있었지. 우리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런데 두 인물이 긴 얘기를 계속하니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죠.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보완하려고 해요. 물론 흥미만 내세우진 않을 겁니다."

'두 교황'은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성향의 베네딕토 16세와 자유롭고 진보적인 성향의 프란치스코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신념의 차이를 인정하고 우정을 다지는 이야기다.

연합뉴스

배우 정동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준급 피아노 실력에 따뜻한 성품으로 존경받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축구와 탱고를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교황 프란치스코, 베네딕토 교황을 신임하며 곁에서 교황의 중심을 잡아주는 브리지타 수녀 등 다섯 인물이 등장한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간의 우정과 갈등, 생각의 차이와 극복이 극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두 캐릭터 간의 호흡과 합(合)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베네딕토 16세 역에 신구, 서인석, 서상원이, 프란치스코 역에 정동환과 남명렬이 캐스팅됐는데, 정동환은 주로 신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신구 선생님이 이런 귀한 역을 그 연세에 하시겠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게 아니지요. 누군가가 이 연극에 끼어야 한다면 그건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리가 있지만 도전했고 이런저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어요. 신구 선생님은 엄청난 정신력으로 잘해나가고 계십니다."

지난 3월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던 중 건강이 악화해 입원했던 신구는 회복 후 '두 교황' 무대를 위해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메이킹영상에서 그는 "워낙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좋은 작품이다. 기회가 오면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김에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했다.

정동환은 '햄릿' 공연 일정과 '두 교황' 리허설이 겹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전했다고 했다.

"불가능한 건 아닌데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햄릿 공연 마치고 귀가해 잠자리에 들면 새벽 1시가 넘어요. 다음 날 아침 9시에는 '두 교황' 연습에 나가야 하고요. 제 인생이 늘 그랬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일단 도전하고서 감당하는 거지요."

고교 때 시작한 그의 배우 인생은 연극, TV 드라마, 영화 등 극예술 전반을 거쳤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연극이다. 연극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그는 순간성, 찰나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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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의 신구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와 TV는 한번 찍으면 영원하지만, 연극은 현장이거든요. 공연하는 그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놓치는 거예요. 무대에서 한순간 실수하면 교정할 수 없어요. 우리 삶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저렇게 변해도 그런 변화를 거부하는 게 연극이에요."

현재 '햄릿'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두 교황'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앞으로도 TV 드라마와 연극 등 할 작품들이 쌓여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계속 도전하는 것은 그것이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고 안주하면 안 돼요. '이거 잘못 도전했다가 이거 망치는 거 아닌가'라고들 하지만 이젠 망칠 것도 없죠. 그러니까 이제야말로 더 도전해야지요."

영화와 K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널리 가치를 인정받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예술의 기본은 공연예술이에요. 괜히 '기초' 예술이 아니라, 그게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는 겁니다. 왜 우리가 '햄릿'을 지금도 공연하겠어요. 기본을 중시해야 한류도 오래 가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자를 키우기보다는 진짜 장인을 키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해요."

연극 '두 교황'은 오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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