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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희동 기상청장 "다음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일 맞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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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두려움 느껴야"

"예보 기술력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지만…예보는 생물"

"대전청사 내 국가기상센터 신축…완벽한 탄소중립 건물로"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유희동 기상청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유희동 기상청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8.14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시간에 141.5㎜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14일 연합뉴스와 가진 취임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취임한 유 청장은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미국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기상청 기후과학국장과 예보국장, 차장 등을 지낸 전문가다.

유 청장이 말한 '141.5㎜ 집중호우'가 내린 곳은 기상청 서울청사가 있는 동작구 신대방동이다. 지난 8일 오후 8시 5분부터 한 시간 동안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강수량이 141.5㎜로 이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서울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이번 집중호우 예보 정확도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하자 유 청장은 "인명피해가 많아서 안타깝다"라는 말을 먼저 꺼낸 뒤 조심스럽게 "예보는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유 청장과 일문일답.

-- 최근 집중호우로 기후변화를 체감했다는 사람이 많다.

▲ 8~9일 서울 등 수도권 호우, 특히 1시간 141.5㎜ 집중호우는 기후변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고 본다. 온난화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록을 경신하는 이상기상이 자주 발생한다.

-- 최근 이상기상이 기후변화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주장도 있다.

▲ 저는 기후변화가 맞는다고 본다. 평균치에서 벗어나는 값이 (자연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극값도 어느 정도 범위 내에 있어야 하는데 이를 벗어나는 현상이 너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기상관측을 100~150년 이어가는 관측소들 자료를 보면 알 수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라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다음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맞이해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 같은 걸 느꼈으면 한다.

-- 기후변화로 예보가 어려워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 과거보다 1.5배는 더 살펴봐야 정확도가 비슷하다.

-- 집중호우 예보 정확도는 어느 정도였다고 평가하나.

▲ 예보가 잘됐는지 못됐는지를 떠나서 인명피해가 너무 많아서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저뿐 아니라 모든 기상청 식구가 같은 마음이다. 예보 정확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비가 1시간에 141.5㎜ 올 것이라고 보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시간당 50~100㎜ 비를 경고했고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지역이나 정체전선의 위치와 이동 등은 무난하게 맞췄다.

-- 기상청 예보력을 평가한다면.

▲ 예보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별로 기준도 다 다르다. 우리처럼 예보 정확도가 몇 %인지 따지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예보가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세계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예보 기술력 객관적 지표 하나는 수치예보모델 정확도인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의 99.2%까지 올라왔다. KIM이 재작년 4월 현업에 투입되고 1년만 성과다. 특히 KIM은 우리 기술로 만든 독자모델이기 때문에 과거 외국 모델을 도입해 썼을 때 견줘서 개선이 비교할 수 없게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유희동 기상청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유희동 기상청장이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8.14 mjkang@yna.co.kr


-- 재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예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 기상청 예보 기술력은 과거에 견줘 어마어마하게 높아졌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은 정보 습득력이나 정보를 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기상예보에 대한 기대도 높은데 기상청이 이를 충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기술력을 향상해서 날씨를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과학기술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예보에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이해하셔야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비난을 면피하려는 말이 아니라 안전과 삶을 위해서라도 불확실성을 이해해주실 필요가 있다. 특히 최신 기상정보를 확인해주셔야 한다. 예보는 생물 같은 것이라 날씨가 변하면 이에 맞춰 조정된다. 일주일 전 예보를 보고 실제 날씨와 달랐다고 할 때는 섭섭할 때도 있다.

-- 기상청은 재해 예방 예보에 집중하고 여타 기상서비스는 민간사업자를 키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기상청도 기상산업을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기상청은 재해나 재난 예방·대응에 필요한 예보를 하고 민간사업자들이 세세한 예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국내 민간사업자들이 영세하다. 롤모델이 될 모범 사업자를 3~4개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 기상산업을 키울 복안이 있나.

▲ '원 패키지 솔루션' 수출이다. 내수시장이 작다면 외국시장을 노려야 한다.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개발도상국 기상 분야 현대화를 위해 3~4년에 1억 달러씩 투자한다. 시장이 작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1분마다 (기상관측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ALWAIS)와 세계 최고 정보통신(ICT) 기술을 가졌다. 기상장비, 소프트웨어,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서 제공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 예보관 부족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된다.

▲ 국가태풍센터 태풍예보관들이 4교대로 근무하는데 인원이 4명이다. 태풍이 올라오면 감시·분석·예보를 1명이 혼자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처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연이어 발생했을 때 대비하려면 2인 1조 근무가 필수다.

기상예보는 24시간 제공돼야 하기에 지금 예보관들은 사실상 '워라밸'이 없다. 예보관들이 자부심을 품고 일하고 있지만, 자부심만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은 오래전에 지났다고 본다. 예보관 수는 안 늘고 나이만 는다고 말할 정도로 젊은 피 수혈이 안 되고 있다.

-- 복안은 있나.

▲ 현재 예보관들이 4개조로 교대근무를 하는데 1개조를 더해 1년에 3개월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처럼 오전 9시에 출근에 오후 6시에 퇴근하면서 가족도 챙기고 자신이 냈던 과거 예보도 돌아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려면 전국적으로 최소 33명의 예보관이 더 필요하다. 1개조라도 보완되지 않으면 지금 시스템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든다.

기상청 직원들은 격오지에서 관측장비를 운용하거나 태풍 등 위험 기상이 올 때 관측을 나가는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데 최근 행정안전부가 안전보건 업무 전담 정원을 배정하면서 기상청에 1명만 배정했는데 기상청 업무특성을 고려하면 추가 인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 올해 기상청이 '대전시대'를 개막했다.

▲ 예보와 지진관측 등 일부 현업부서를 제외한 정책부서가 대전으로 이전한 상태다. 서울에 남은 부서들도 2026년 전후로 이전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대전청사 내 국가기상센터를 신축할 예정인데, '가장 완벽한 탄소중립 건물'로 만들어 상징성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기상청이 대전으로 옮겨가면서 인구 절반이 몰린 서울 등 수도권 예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이 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

-- 많은 사람이 기상청장이 좋아하는 날씨를 궁금해한다.

▲ 종종 받는 질문인데 비든, 눈이든, 황사든 '하늘에서 무엇인가 떨어지는 날씨'는 싫어한다고 농담하곤 한다. 저희 어머니가 주문처럼 해주시는 말씀이 '우순풍조, 국태민안'이다. 날씨가 비가 순하게 오고 바람도 적절히 불어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신 것이다. 날씨가 순할 수만은 없다. 그저 기상청이 생산하는 기상정보가 정말 가치 있게 활용돼 자연재해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분이 한 분도 없는 날이 오기만을 바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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