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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백여현 한투액셀러레이터 대표 “창업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사회공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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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하더라도, 초기에 투자를 받은 기업일수록 중간에 와해되거나 서비스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용사 입장에서 단순히 안정적인 수익만 추구하려고 했다면 이른바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에 있는 창업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겠죠.”

조선비즈

백여현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투액셀러레이터(AC)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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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현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이하 한투AC)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AC를 설립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AC는 벤처캐피탈(VC)보다 한 단계 앞선 시장에서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올해 3월 한투 AC를 출범했고, 초대 대표로 백여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 대표 겸 한국투자금융지주 사회공헌담당 부사장을 선임했다.

백 대표는 “기본적인 자금 지원뿐 아니라 팀 세팅, 교육, 네트워킹 등 단계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AC는 발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며 “사회공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한투까지 나서서 AC를 설립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립 최소 7년차 기업을 대상으로 여러 단계 검증을 거치는 한투파 평균 손실률도 50%가 넘는다”며 “한투AC는 그보다 4~5년 앞선 기업, 심지어는 설립한 지 6개월 된 기업에도 투자를 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투AC는 지난달 초 ‘드림챌린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첫 번째 투자 대상 기업 16곳을 선정했다. 한투AC는 매년 한투파,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와 함께 150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결성해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학교나 유관기관과 연계된 드림챌린저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을 선발하기도 하고, VC처럼 심사역들이 개별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하기도 한다는 게 백 대표 설명이다.

백 대표는 “매년 펀드로 조성되는 150억원에서 관리 보수나 운영 비용 등을 제외하면 약 120억~130억원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라며 “기본적으로 드림챌린저에 선정된 기업에 5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75억원 가량은 후속 투자 등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50억원을 다시 개별 투자 건수로 나눈다고 치면 한 기업이 투자 받는 금액이 적어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창업 초기 기업에 처음부터 무조건 큰 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게 좋다고 볼 수는 없고, 차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을 높여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자금 지원 자체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사업의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분율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통상 AC 시장에서 드림챌린저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정해두는 기업 밸류에이션(가치)는 10억원 정도이고, 그 안에서 기업별로 5000만~1억원씩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AC 시장에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투자심리가 점차 얼어붙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주식시장, 기업공개(IPO), 프리 IPO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C 시장이 받는 충격에는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투자 혹한기라는 평가에도 미래의 아기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의지는 변함 없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백 대표는 “시리즈 B, C단계 투자를 주로 해온 VC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창업 초기 단계나 시리즈A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상반기 AC 시장의 평균 투 규모는 늘어나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덜 춥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투자 금액을 줄인다는 고민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창업가들이 덩달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위축된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는 조(兆)단위 유니콘 기업보다는 4000억~5000억원대 규모 아기 유니콘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한국에는 500억~1000억원 단위로 유니콘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펀드가 손에 꼽히는 데다 투자자인 VC 입장에선 유의미한 회수(엑시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니콘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1조원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국내 시장 여건상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투자가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며 “당장 유니콘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10년 뒤에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단위 몸값의 기업이 나온다고 해도 국내에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 비판이 있어, 해당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거나 합병할 여건이 안 된다”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수 시장이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투AC를 설립한 배경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하는 벤처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지주에서 자본금 200억원을 지원받아 출범했고, 향후 매년 300억원 증자를 약속받은 상태다. 일 년에 한 번 1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예정인데, AC가 펀드 운용사로 출자를 하고, 형제회사(계열사)들이 함께 지원을 한다. 펀드 명칭은 ‘바른 동행 셰르파’로 한투는 기업의 주인이 아닌 성장 조력자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올바른 길을 인도하고 책임있게 같이 등반한다는 개념이다.”

-투자를 굳이 사회공헌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6개월 만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 두 명이 모였지만, 자본이 부족하고 팀 세팅도 전혀 안 된 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투자를 하더라도, 당장 팀을 구성할 인력을 어디서 확보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AC에서 기술적인 부분, 네트워킹 등 재원까지 모두 지원을 해줘야 한다. AC 역할 자체가 상당히 발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미 국내에 AC만 360개가 넘는 상황에 사회공헌이라는 명분이 아니면 한투까지 나서서 AC를 설립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AC 투자를 하는 이유는.

“실패 확률은 높지만 가능성 있는 기업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극히 일부만 살아남더라도 기회를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기업들이 계획대로 잘 성장하고, 후속 투자까지 받으면 충분히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이미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시도들이 많아져야 새롭게 창업에 나서고, 도전을 하는 청년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VC와 AC가 바라보는 시각에 많이 차이가 있나.

“한투파로 예를 들면, 한투파에서는 투자 대상에 이름을 올리려면 투자 금액과 무관하게 많은 것을 검증한다. 보통 25명 안팎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온갖 지표와 사업 관련 질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AC 단계에서 그렇게 한투파와 유사한 수준의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시각이나 검증 과정도 너그럽고, 물론 금액에서도 차이가 크게 난다. 한투파에서 평균 한 기업에 30억을 투자해야 생산성이 있는 반면, AC에서는 보통 2~3억 수준이고, 10억이 최대라고 볼 수 있다.”

-한투AC 심사역들 중에 한투파 출신도 있나.

“AC 업계에서 새로 뽑은 인력들이다. 원래 AC, VC 업계 내에서 인력 교류가 많은 편이라서 이번에 VC에서 지원하신 분들도 많았다. 다만 인력을 뽑던 시기가 마침 한투 AC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나 색깔, 포인트 등을 고민하던 시기였고, VC 출신들이 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시장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나 투자 스케일도 다른 만큼 초기에 조직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러 VC가 아닌 AC 출신 인력을 뽑았다.”

-최근에 한투AC의 첫 번째 투자 대상 기업이 선정됐다.

“드림챌린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기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했다. 올해 12월에는 2기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한투AC에서는 드림챌린저를 통해서도 투자 대상 기업을 선발하고, 밴처캐피탈(VC)처럼 심사역이 개별적으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기도 한다. 매년 투자하는 120~130억원 중 드림챌린저에 기본적으로 5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70~80억원은 드림챌린저를 통해 성장하는 회사 후속 투자 등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투자 금액이 적진 않나.

“기본적으로 AC 시장에서 창업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50억원 이하로 정해놨기 때문에 투자 금액이 제한적이다. 심지어 50억원을 다시 건수별로 나눈다고 하면 개별 기업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AC들이 돌리는 드림챌린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주로 기업 가치를 10억원 정도로 정해놓고, 5000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밸류에이션이 아무리 높게 인정받는다고 해도, 회사가 성장하는 데 의미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 창업 기업에 무조건 많은 금액을 지원할 경우 지분율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밸류에이션 20억원 평가 받는 기업에 5000만원~1억원 정도 투자는 괜찮지만, 단순히 투자자가 비즈니스 모델이 마음에 든다고 5억원을 투자해버리면 창업자 지분 대비 투자자 지분이 너무 커지게 된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라고 판단이 되면 초기에 적정 금액을 투자하고 2~3년 뒤 팀이 세팅되고 후속 지원을 이어가고 싶다. 자금 지원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이제 막 가동된 단계지만, 2년이 지나 어느 정도 프로그램 운영 등이 정착이 되면 투자 금액을 더 늘릴 예정이다.”

-드림 챌린저 1기 기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는 24살 대표에게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요즘 보면 샐러드 파는 빵집도 많고, 샐러드 도시락을 파는 곳이 흔해졌는데도 샐러드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차별점을 물었다. 이 기업이 기획한 서비스의 기본 형태는 배달 아닌 구독이다.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편의점, 마트 등 연계된 중간 거점으로 배달된 샐러드를 직접 픽업해서 먹는 식으로 샐러드 질은 높이지만 가격대를 최대 70%까지 낮춘다는 게 목표다. 고객층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샐러드에서 식사대용 도시락 등으로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까운 곳에 샐러드 도시락을 판매하는 상권이 이미 넓게 형성되고 기성품도 많은 상황에서 한계 등에 대한 의구심을 열정 있게 잘 풀어냈다. 기존에 1만원 가까이 주고 먹어야 했던 샐러드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다고 한다면 거점에서 가서 픽업을 해오겠다는 수요가 분명 생기지 않겠냐.

-창업자들 이력도 많이 검토하는 편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출시 예정인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가 시장성이 있는지 여부고, 두번째가 그걸 꾸려내는 팀의 역량이고, 팀의 구성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창업자의 경력이다. 플랫폼 사업은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배경보다 플랫폼 그 자체가 더 중요할지 몰라도 바이오,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전문 분야에는 전문성이 있는 창업자가 핵심이 돼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 더 주목을 받나.

“투자 포인트 중 하나에 ESG가 반영된 것은 맞지만, ESG가 아닌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사회적인 의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투자한 기업 중에 캥스터즈라는 회사가 한 곳 있는데, 장애인들이 휠체어 타고 재활 운동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만약 이 기업이 ESG에 어떻게 기여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애매하다. 우리는 기업이 제안하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에 나선다.”

-1기를 진행하며 아쉬운 점은 없었나.

“기업 밸류에이션 평가할 때 심사위원(투자자)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 달랐다. 외부 심사위원을 모시고 했는데 의사 결정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심사는 이틀에 걸쳐 진행했는데 스케줄상 첫날과 둘째날 심사위원이 바뀌게 됐다. 기본 심사 가이드라인은 있었지만, 심사위원마다 점수 간극이 커서 난감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2기부터는 내부 인력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거나, 이틀 모두 동일한 심사위원을 배석하려고 한다. 우리는 밸류에이션을 점차 높여가며 투자액도 늘려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선정된 기업 중 일부가 더 많은 자금을 지원 받겠다고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2기부터는 금액 제한 때문에 지원 못받는 아쉬운 기업을 위한 리그를 별도로 열고,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업계가 혹한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가 있다. AC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투자 시장이 굉장히 넓은데 AC 시장은 이제 막 (혹한기가) 시작됐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질 것이다. 주식 시장 한파가 기업 라이프 사이클에서는 기업공개(IPO) 단계에 가장 먼저 닥친다. 상장을 앞둔 회사 밸류에이션이나 공모가가 확 떨어지다가 점점 IPO 전 단계로 밀려오는 것이다. 프리 IPO 단계 기업일수록 과거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사례를 잊지 못해 투자자와 마찰을 빚는 경향이 있어, 혹한기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최근까진 AC가 투자하는 단계 바로 직전까지 조정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만 기준으로 보면 AC 시장 전체 평균 투자액은 오히려 늘었는데, 시리즈 B, C단계에서 주로 투자하는 VC가 AC 시장으로 점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VC가 창업 초기 단계 기업들에까지 투자를 해야만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혹한기에 큰 금액을 투자해서 부담을 가져가는 것보다 작은 금액을 여기 저기 뿌려 놓는 것이 리스크 분산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반기부터 시작된 혹한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반적인 매크로(거시경제), 금융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조정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만 비상장사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건 IPO에 나서는 기업이다. 같은 업종의 회사가 IPO에 성공해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상장 시장에 열기가 돌면 비상장 시장도 다시 당연히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혹한기가 찾아올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것은 반대로 주식시장, 상장 시장, 비상장시장으로 순서로 나타나는 만큼, 비상장시장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시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나.

“사회 공헌에 대한 이념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이지 않고 이어가려고 한다. 위축된 시장에서도 기회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또 시장 전체를 두고 봤을 때도 한 번 조성된 펀드에는 소진율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투자를 하긴 해야 한다. 만약 1~2년 전에 만들어진 펀드에 아직 재원이 많이 남아있다면,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별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투자를 한다. 좋게 해석하면 혹한기 속에서도 투자를 받을 기업은 투자를 받는다고 의미다.”

-한투파에 있을 당시 카카오 투자로 대박이 났다.

“카카오 외에도 투자자 입장에서 대박 나는 종목들은 많이 있었고, 각각이 다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투파는 한투 계열사 중 한투AC를 대신해 기업 최전방에 있는 회사였다. 투자를 해서 차익 실현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 다음 단계로 엮어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한투파가 투자한 기업 기업공개(IPO)를 증권에서 맡고, 그 다음 구조조정 때 자금이 들어오는 식의 선순환 모델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게 한투파 역할이자 시너지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탄생시켰고, 지금 한투파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에 투자하고 또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게 됐다.”

-한투파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카카오가 처음 설립되고 펀딩 시장을 열심히 기웃거렸는데 VC들이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PC 통신 관련 사업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물론 카카오는 모바일 통신이긴 했지만, PC 통신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당시 NHN에서 온 젊은 심사역을 주축으로 카카오에 가서 대뜸 50억을 투자하겠다고 하니 업계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다른 VC들이 거절한 카카오에 굳이 왜 모험을 해야 하는지 논란이 많았다. 처음에 한 번 투심위에서 기각이 됐고, 담당 심사역이 재투심을 올려서 결국 승인을 받은 건이었다. 한투파 역사를 보면 재투심으로 대박난 사례가 몇 건 있다.”

-한투파의 그런 도전 성향이 AC에도 적용될까.

“그렇다.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도 무조건 유연하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프로세스는 있지만 한 번쯤은 심사역이 기각이 당했더라도 한 번 더 도전하는 수준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직 (한투AC는)역사가 짧아서 사례는 없지만 언제나 한 번 더 도전할 기회를 줄 것이다. 창업자, 투자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회다. 벤처로 창업해서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사 단계에서도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창업자의 도전 정신을 유연하게 한 번 더 봐줄 수 있는 자세가 여기에 포함된다.”

-한투AC가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산업은.

“AC는 VC보다 앞단에서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최근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건 정보통신(ICT)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정보보안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미 정보보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아직 도입을 못한 곳이 많다. 기업이나 단체의 규모를 떠나서 정보 보안은 무조건 해야 하는 시기다. 당장은 규모가 작은 곳들은 보안 관련 이슈가 있으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은 한 번 이슈가 터지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부분은 대형 정보 보안 업체들과 서비스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데, 아무래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에 중소기업 등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 파이가 넓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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