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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세대에도 농사가 될까"…미국 농부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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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하얀 염소수염과 닮은 염소가 그려진 모자를 일부러 찾아 쓴다는 미시시피주 토박이 농사꾼 존 맥니스(72) 할아버지는 올해(2022년) 미시시피 삼각주의 농사 상황에 대해 걱정이 큽니다.

바로 기후 변화로 생긴 가뭄탓인데, 미시시피주 마크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예전같지 않은 기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건조하고 더운 여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졌어."

미시시피주는 미국의 남단에 위치한다고는 해도 사계절이 명확했지만 이제는 여름과 겨울, 단 두 개의 계절만 존재하는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건조하고 긴 여름이 단지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데 그친다면 상관이 없지만 문제는 일생에 생업으로 삼은 농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맥니스 씨의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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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땅이 촉촉한 상태에서 씨를 뿌려야 싹이 난 뒤 뿌리가 내리기 쉽고, 여름이 무덥고 습해야 식물이 제대로 성장하는데 여름 가뭄이 전통적인 농사의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맥니스 씨가 올해 봄에 콩을 경작키로 한 것은 콩 농사가 목화나 옥수수보다 쉽다는 잇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콩은 씨를 뿌린 뒤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자라주기 때문에 다른 작물과 비교하면 훨씬 쉬운 농사인데, 정작 비가 점점 안 오니…"

여름 기온이 올라가면서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인 바구미가 급증한 것도 맥니스 씨의 고민입니다.

과거에도 해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바구미가 비정상적으로 번식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바구미는 콩을 포식할 뿐 아니라 다 자란 콩에 알을 낳기 때문에 수확 직전에 살충제를 다시 뿌려야 한다고 합니다.

비싼 돈을 주고 비행기로 해충제를 뿌려주는 업체와 계약을 하는 것은 경작 규모가 작은 농부 개개인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는 "예전에는 살충제를 딱 한 번만 뿌리면 됐는데 이제는 수확 직전까지 포함해 모두 두 번을 뿌려야 하니…"라며 혀를 찼습니다.

맥니스 씨는 "그래도 올해 콩을 심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맥니스 씨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콩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맥니스 씨는 "콩값이 오른데다가 연방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덕분에 이런 흉작에도 지난해보다 결과적으론 들어오는 돈은 더 많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목화를 심은 다른 농부들도 내년에는 아마 다 콩을 심을걸"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흉작에도 콩 가격 상승으로 재미를 본 농부들의 이야기에 주변 농가들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콩 경작이 급증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도 맥니스 씨는 당장 수익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는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맥니스 씨는 "이런 식으로 무덥고 건조한 여름이 길어져도 당장은 버틸 수 있지. 그런데 손자 세대에도 이런 식의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아예 미시시피에서 농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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