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준석이 띄운 혁신위, 비대위 ‘심폐소생’으로 되살아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의견수렴 경청회 2탄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새 전기를 맞았다. 지난달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이후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이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혁신 동력을 완전히 잃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혁신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혁신위와 비대위 간 관계 설정, 비대위 체제 안착이 혁신위 순항을 좌우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는 인재·당원·민생소위 등 3개 소위별로 매주 한 차례 정례회의를 개최해 혁신안을 논의 중이다. 인재소위는 공천과 인재 육성을, 당원소위는 청년당원 등의 의사결정 참여 권한 강화를 주로 다룬다. 혁신안 마련을 위해 당 소속 의원·당협위원장·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특히 공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이 대표 체제 이후 대거 당에 가입한 청년당원들을 육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혁신위는 오는 22일 8차 전체회의에서 1호 혁신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말까지 차례로 혁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상징성이 크면서도 당내 다수가 동의하는 안을 1호로 채택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해진 혁신위 부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별로 혁신안을 구체적으로 잘 다듬어가고 있고 내용이 상당히 충실해져 가고 있다”며 “이달 중 1차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소위별로 1차 혁신안으로 낼 만한 것들이 거의 정리가 됐다”며 “전체회의에서 1호 혁신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당 윤리위원회 개혁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8일 이 대표에 대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최 위원장은 통화에서 “(윤리위 개혁안이) 인재소위에서 논의가 됐다. 22일 전체회의에서 (개혁안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압승한 6·1 지방선거 다음날 혁신위를 처음 언급했다. 선거 승리 후 이례적으로 혁신 작업을 시도하면서 배현진 최고위원 등 친윤(석열)계로부터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대표가 친윤계 공천 배제를 위해 혁신위를 띄웠다는 것이었다.

논란 속에 지난 6월23일 혁신위가 공식 출범했지만 지난달 8일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혁신 작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당 지도체제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 비대위 체제로 계속 바뀌면서 혁신 시도는 결국 좌절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주 위원장이 지난 9일 비대위원장직에 오르자마자 “혁신위 결과를 받고 비대위 기간 중에 이행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 이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주 위원장이 비대위 성격을 “혁신형 관리 비대위”로 규정하면서 혁신위가 비대위의 혁신 작업을 뒷받침하는 기구 역할을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만들면 비대위가 이 중 일부를 채택하고 실행하는 식이다. 주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당시부터 최 위원장에게 혁신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에 맞춰 좋은 혁신안을 도출해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혁신위 순항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비대위 활동 기간과 전당대회 시기에 관한 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주 위원장 선호대로 정기국회 후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혁신위와 비대위가 함께 성공적으로 연말 이후 활동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전당대회가 실시되면 혁신위 운명은 또 다시 새 대표의 선호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친윤계가 비대위에 합류하면 혁신안을 두고 혁신위와 비대위 간이나 비대위 내에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공천 개혁 문제에서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가 혁신을 하더라도 혁신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조화가 얼마나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