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순찰용이지만 언제든 군사적 압력 수단 될 것"
국제 수송로여서 긴장 지속될 듯…주변국 대응 불가피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10일 동부전구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나왔다.
스이 대변인은 대만 주변 합동 군사훈련을 마무리한다고 밝히면서 "상시적으로 대만 방향으로 전투 대비 경계 정찰을 조직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미중 관계가 순조로울 때는 해상 순찰과 수색·구조 등 낮은 강도의 훈련을 하겠지만, 긴장이 고조되면 언제든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군사작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대만 인근 해역 지나가는 중국군 구축함 |
이 때문에 영해와 영공마저도 무시당한 채 봉쇄 상태에 처했던 대만에서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중요 국제수로인 대만 해협이 다시 차단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방 정보 분석기관 '제인스'의 수석 분석가인 리즈완 라흐마트는 중국군의 이런 메시지에 대해 "대만 본토 주변에 군 주둔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면서 "대만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마이클 라스카 조교수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은 안정성을 확보해야 해서 대만 주변에서 군사 작전의 범위와 빈도를 조절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순찰용이지만 언제든 군사적 압력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은 중국군의 이런 정기순찰이 대만 해협 중간선의 무력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스 대변인의 발언은 미국이 설정한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 중국군이 군사훈련을 벌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주 군사훈련에서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을 통과한 4발을 포함해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이 기간 100대를 넘는 중국 군용기와 수십 척의 중국 군함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침범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으로 양측 간에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여겨왔으나 이를 무력화한 조치였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대만 해협 중간선이 대만 주변의 평화를 지켜온 모호하게 정의된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했으나, 중국이 이번 군사훈련을 계기로 이 같은 완충지대를 축소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 변경에 '성공'한 중국이 이제는 대만 해협 정기 순찰을 통해 굳히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 중국이 대만 주변에 발사한 미사일 궤적 |
중국으로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역시 중국의 영토인 만큼 대만 해협 역시 중국의 주권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가진 듯하다.
호주국립대의 대만연구프로그램 담당 정치학자인 쑹원티는 "(정기 순찰을 통한 중국의 대만 해협 장악이) 아주 오래돼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중국은 외교적, 군사적 유연성을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이 대만 해협 정기 순찰에 나선다면 대만 해협 긴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한편 중국에 대항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영해와 영공 침범까지도 당하면서 수일간 봉쇄 상태에 놓였던 대만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일본 등은 물론 미국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미 행정부가 시종일관 어떤 위협에도 겁먹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정기 순찰이라는 중국의 대만 해협 중간선 무력화 시도에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가 중국군 훈련기간 내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을 필리핀해에 체류시켰다는 점에서, 차제에 대만 부근에 항모를 주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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