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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팬데믹 끝물, 빙하기 온다"…美반도체기업 실적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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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이어 마이크론도 낮춰
필라델피아지수도 4.9% 떨어져
반도체매출 증가율 6개월째 감소
막대한 시설 투자 과잉 공급 우려


주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올해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폭증했던 반도체 수요가 꺾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시설 투자에 나섰던 업체들은 이제 과잉 공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9일(이하 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올해 6~8월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5위 반도체 기업인 동시에 미국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6월 말 발표에서 6~8월 매출 전망치가 68억~76억달러(약 8조9000억~9조9000억원)라고 예측했다. 마이크론은 9일 공시에서 6~8월 실적이 "지난 6월 말 실적 발표에 제시했던 매출 전망치의 하단을 밑돌거나 혹은 그 수준으로 나올 수 있다"고 알렸다. 이는 미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예상한 실적(72억8000만달러)을 밑도는 수치다.

같은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9% 급락했으며 올해 들어 27%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뉴욕증시 상장기업 가운데 반도체 설계, 제조, 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30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이미 지난달부터 뚜렷해졌다. 미국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지난달 28일 2·4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손실만 7억달러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매출액 목표를 전년 동기 대비 9~13% 낮춰 잡았다. 지난 8일 시가총액으로 미국 1위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도 오는 24일 실제 발표에 앞서 2·4분기 매출 전망치를 17% 하향했다. 퀄컴과 AMD를 비롯한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올해 매출 전망치를 낮췄다.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생각보다 시장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확실히 광범위한 수요 약화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늘어나고 온라인 경제가 커지면서 이를 위한 IT 기기 수요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점차 거리두기가 사라지는 동시에 경기침체 위기가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세계 반도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3%로 5월(18%)에 비해 줄어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PC 판매량이 9.5% 감소했다고 분석했으며 지난 6월 전망에서 올해 5세대(5G) 휴대전화 판매량도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퀄컴 역시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휴대전화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비싼 고사양 그래픽카드 수요가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PC 및 서버 부문 매출을 지적하면서 기업과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점차 줄어드는 수요와 달리 공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는 '2022 반도체와 과학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 업체들에게 약 520억달러를 지원하고 수백억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미 백악관은 이번 법안 덕분에 마이크론과 퀄컴이 협력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설비에 400억달러를 투자한다면서 미국에 80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톰 콜필드 CEO는 9일 실적 발표에서 "저가형 휴대전화, PC를 포함해 저가 소비자 가전제품같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머피는 "6~8월에는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동차업계와 기타 산업 수요가 있긴 하지만 "매우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한 실적 전망이 보이려면 몇 분기가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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