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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중국 '대만침공' 훈련, '주한미군 억제' 노린다..."남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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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훈련 연장하고 대잠 훈련 실시
서해 훈련도 돌입..."주한미군 견제"
한국일보

대만 지역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7일 대만 주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난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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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72시간 동안(4~6일)의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예고했던 중국이 돌연 훈련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 훈련이 단발성 반발이 아니라 대만 봉쇄의 '일상화·합법화'를 노린 전략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군은 서해(중국의 황해) 실탄 사격 훈련도 개시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대만 사태가 이미 한반도 안보 태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훈련 연장하고 "상어 사냥" 훈련...대만 봉쇄의 일상화

한국일보

지난달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진행된 한미 간 여단급 쌍방훈련에서 한미 장병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악수하고 있다.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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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9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대만 주변 바다와 하늘에서 연합 봉쇄와 연합 후방 지원을 중점적으로 조직했다"며 대만을 둘러싼 군사 훈련이 이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군은 전날에도 "대만 주변 해상과 영공에서 '심해 상어 사냥'에 나섰다"며 대잠수함 합동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창춘함과 Y-8 대잠 초계기, Ka-28 대잠 헬기가 참가한 가운데 음파 탐지장치인 소노부이를 바다로 투하해 미국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고 구축함이 공격에 나서는 연습을 벌였다. 장쥔셔 해군군사연구소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훈련에 최소 한 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항공모함 전단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당초 중국은 7일까지 72시간 동안 대만 봉쇄 훈련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8일 훈련은 예고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앞으로도 언제든 예고하지 않고도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 훈련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전문가인 쑹종핑을 인용, "인민해방군은 미국 군함의 대만 해협 진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항상 새로운 (작전) 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며 "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8일 정례브리핑에서 훈련 연장에 대해 "(이번 훈련은) 국내법과 국제법, 국제 관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만 주변에서의 훈련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며 합법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서해 훈련은 中 항공모함 남하 위한 주한미군 견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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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젠(J)-15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치고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착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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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중국군은 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북쪽인 보하이만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또한 오는 15일까지 장쑤성 롄윈강 앞바다에서 매일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장쑤성 앞바다와 보하이만 해역은 모두 한반도 서해와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 '주한미군 증원 전력 차단'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많다. 린잉유 대만 탄장대 전략연구소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에 "대만 침공시 중국군은 다롄 지역에 있는 항공모함을 남하시킬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한미군의 중국군에 대한 선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느냐가 대만 침공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황해 훈련은 한국과 주한미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으로선 가장 가까운 주일미군 공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뒤 전황에 따라 한반도 주둔 미 공군 전력까지 후방 지원 전력으로 동원할 것"이라며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이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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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한미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대만의 평화'를 적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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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사상 처음으로 한미 정상 간 문서에 '대만 문제'를 적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도 처음으로 대만 문제가 언급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원론적 입장일 뿐"이라는 태도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차출'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는 게 당시 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한미정상회담 문서에 '대만'을 명기해 주한미군의 역할 확장의 길을 열기 시작한 것"이라며 "대만 사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주일미군과 달리 주한미군은 대만 상황과 연관된 훈련을 벌인 적이 없다. 대만 사태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콧 플레어스 미 7공군 사령관이 최근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재난 복구, 안정화, 인도주의 또는 위기 대응 작전에 나설 수 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의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군의 이번 서해 훈련이 22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실시되는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과 맞물려 치러지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상황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이번 서해 훈련도 한미훈련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관계연구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군의 훈련은 일본, 호주 등 역내 미국의 핵심 동맹에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전례 없는 군사 작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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