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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중 외교회담서 대만·사드·칩4 등 민감이슈 거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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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대만해협 갈등 심화시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입장 구체화

각론서 中과 대립각 피하는 모양새…전문가 "경제문제 실무 소통하면 성공적"

연합뉴스

악수하는 한-중 외교장관
(프놈펜=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2.8.4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는 8일부터 2박 3일간 윤석열 정부 고위급 인사로는 첫 중국 방문에 나선다.

한 달 전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에서 박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중관계 재설정 방향을 둘러싸고 '탐색전'을 벌였다면, 이번 방중에서는 현안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침 이번 방중은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한층 구체화한 직후 이뤄진다.

대만 문제는 현재 미중 갈등 상황이 가장 첨예하게 투영된 이슈로 이에 대해 한중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을지는 앞으로의 한중관계에 상당한 시사점을 지닌다.

박 장관이 지난 5일 EAS와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밝힌 입장은 그간 정부가 내놓은 대만 관련 입장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강도도 세졌다는 평가다.

특히 EAS 회의에서 박 장관은 개별 지역·국제정세 현안을 거론하기에 앞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일본 등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행동을 비난하기 위해 주로 사용해온 표현으로, 한국 당국자가 사용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전제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인 만큼, 한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해협에서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할 경우 공급망 교란 등 역내에 정치·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EAS 이틀 전인 3일 "역내 국가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가기를 희망한다"며 비교적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박 장관의 발언은 한국도 대만 문제에 영향을 받는 역내 당사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긴장 고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는 이 문제와 거리를 둘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프놈펜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장이 고조돼 우리의 국익이나 경제안보, 공급망, 한반도 평화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우리도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약식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인태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며 주파수를 맞추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박 장관은 일방적 현상변경을 하고 있는 주체가 중국이라고 직접적으로 지칭하거나 겨냥하지는 않았다.

결국 '총론'에서는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추고 역내 국가로서 관여 의지를 보이되, 대만 문제라는 '각론'에서 중국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는 피한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7일 "상당히 잘 선별된 언어를 가지고 우리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교 당국에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규칙기반 질서' 보호에 동조하며 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중국과 관계도 일정 부분 관리해가야 하는 현실 역시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새 정부의 이런 기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할지는 오는 9일 중국 칭다오에서 개최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이른바 '칩4'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민감한 이슈가 어떻게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동맹이자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한국은 결국 '칩4'에 동참하는 쪽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진 장관은 캄보디아 방문을 마치고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경제 안보 분야에서 공급망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소장은 "중국의 이해도 고려하면서 소통 채널들을 적극적으로 넓히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특히 경제 부문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실무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성공적인 방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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