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말라카낭 궁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마닐라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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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주요 인사들이 연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하며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해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동맹이 굳건함을 강조하고, 수십년간 지속된 상호방위 조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을 거론하며 “대만의 상황을 통해 양국(필리핀과 미국)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블링컨 장관이 적절한 시기 필리핀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방문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6일 필리핀을 찾은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이는 필리핀을 두고 양국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리핀은 그간 미국의 동맹국이었고 중국과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갈등했으나, 이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에선 친중 노선을 보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는 미·중간의 외교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중은 필리핀뿐 아니라 최근 동남아 전체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 대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자, 왕이 부장이 동남아를 순방하며 결속 다지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양국의 외교전은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7일부터 12일까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해 러시아와의 외교전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노선을 취해왔다. 올해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에는 17개국에 달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권표를 던졌다.
아프리카의 중립 표방은 대러 제재에 포위된 러시아에게 적잖은 기회가 되고 있다. 식량이나 비료, 무기 등에 있어 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서방 동맹에 대항할 수 있는 전선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이집트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하며 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적 식량위기를 서방 탓으로 돌리며,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히자 서방도 분주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가나를 방문해 아프리카 식량 위기의 러시아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며 식량난 해소를 위해 서방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인도적 개발 원조를 위해 1억5000만달러(약 1948억원)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미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대러 제재를 위반한 국가들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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