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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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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펠로시 대만 방문 어리석었다…바이든도 잘못" 美서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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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긴장 고조 '후폭풍' 고심

펠로시 행보에 엇갈린 美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지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결국 대만 땅을 밟으면서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에선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펠로시 의장이 개인적 신념을 앞세워 시기 선택을 잘못했다는 의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 등이다.

대중국 정책 부재로 인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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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펠로시 업적 위해 현명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현명하지 못한 대만 방문으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억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외교 정책은 고매한 원칙과 현명하고 시기적절한 실행이 결합해 나타나는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전자는 있지만 후자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직후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미국과 동맹은 독재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지만, 이 시점에 이런 방식을 고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WP는 비판했다.

WP는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로 현직에서 내려오기 전 최고의 업적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대만에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게 될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를 두 달 앞둔 지금은 시 주석의 "결심을 시험하기엔 위험한 시기"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빼앗기면 펠로시 의장 임기는 종료된다. 고령을 감안하면 정계 은퇴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공개 반대해 펠로시 다른 선택 차단"



WP는 바이든 대통령 실수도 지적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가능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군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P는 "바이든 대통령은 군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불쑥 말해 상황을 잘못 처리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미군 판단까지 거론하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자 펠로시 의장이 체면을 잃지 않고 계획을 바꿀 수 있는 퇴로가 차단됐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강경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게 WP 시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직접, 비공개로 뜻을 전달하는 게 적절했다는 의견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독립 기관인 것은 맞지만, 같은 민주당 소속인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은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력과 권위가 없어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엄격한 삼권분립을 들며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상대인 중국에 대한 일관성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을 보여준 셈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1995~96년 중국 무력시위 8개월 지속



중국의 무력시위는 펠로시 의장이 1박 2일 대만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나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오는 4~7일 대만을 포위한 실사격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은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내거나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대만을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외교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대만에 대해 군사적 공세를 펼친 건 1995~1996년이다.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모교인 코넬대 강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을 문제 삼아 중국이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대규모 해상 억지 병력을 배치한 후에야 긴장이 완화됐는데, 그 기간이 총 8개월 넘게 소요됐다고 한다.

중국의 국방력이 월등히 성장하고, 시 주석의 3연임이란 정치적 목표가 더 분명한 지금 긴장 국면이 펼쳐지면 단기간일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미국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은 동시에 두 개의 분쟁을 치를 여력이 충분치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대응은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간 지속할 수 있다"면서 그 기간 미국의 약속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요란한 대만 방문이 아니라 대만이 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너무 불안해지면 대만에 빈볼 투구할 수도"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정치전문매체 롤콜 인터뷰에서 “중국이 육상과 해상으로 공격하는 무력충돌 발발에 대해서는 걱정을 덜 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제4차 대만해협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여러 추세의 수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너무 좌절하거나 불안해지면 대만에 대해 전략적으로 빈볼을 던지기로 결정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걱정과 우려의 증가, 의도와 군사력의 변화가 이 지역을 위험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 전문가 라일 골드스타인은 가디언에 "이 바보 같은 정치적 쇼는 그 자체로 전쟁을 일으킬 것 같지 않지만, 미래의 불특정 시기에 전 세계적이고 국가적인 재난으로 걸어 들어가는 슬픈 과정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면서 "이번 방문은 미국이 약속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권 정책과 민주주의 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 최고 중국 매파인 펠로시 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이 뜻이 맞는 측면이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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