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멤버 윈윈(왼쪽)과 에버글로우 멤버 왕이런. SM엔터테인먼트,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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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일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K팝 그룹으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중국계 멤버들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나서 팬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3일 보이그룹 NCT 멤버 윈윈은 중국판 트위터라 불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웨이보’ 계정에 ‘중국은 하나뿐이다’라는 내용의 중국어 해시태그(#只有一个中国#)와 함께 중국 CCTV의 중앙TV뉴스 게시물을 공유했다. 이 게시물에 포함된 사진에는 중국 오성홍기의 별 다섯 개가 그려진 붉은색 배경에 한자로 ‘중국’이 적혀 있고 대만 모양의 형상이 ‘국’자 안에 그려져 있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다’는 글귀도 적혀 있다.
걸그룹 에버글로우의 왕이런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윈윈과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두 사람은 잠시 국내 활동을 중단한 채 중국에 머물며 현지에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우주소녀 멤버 성소·미기·선의, 에프엑스 출신 빅토리아, 미쓰에이 출신 지아, 그룹 엑소 출신 레이 등도 이날 똑같은 해시태그를 올리고 CCTV 게시물을 공유하며 ‘하나의 중국’을 공개 지지했다. 대부분 한국 활동을 중단하고 중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이들이다.
중국 출신 연예인들은 중국과 관련한 외교 분쟁이 있을 때마다 웨이보에 중국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불렀다. ‘하나의 중국’ 해시태그와 CCTV 게시물을 공유한 것처럼 여러 명이 똑같은 문구와 게시물을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올려 ‘집단행동’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윈윈의 웨이보 게시글. 웨이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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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을 반대하며 반중(反中)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폭압적으로 진압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을 때도 이들은 일제히 홍콩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국이 아닌 대만 출신인 웨이션브이의 양양, 홍콩 출신인 갓세븐의 잭슨 역시 중국 편을 들었다. 지난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패소 때도 K팝 그룹으로 활동 중인 여러 중국계 멤버들이 소셜미디어에 중국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국내 젊은 세대에서 반중 성향이 강해지는데도 국내 팬들과의 마찰을 감수하며 공개적인 중국 지지 입장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팬들 사이에선 ‘개인의 소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부 멤버들의 발언이 그룹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충돌한다. 국내 활동 중인 중국계 연예인들의 소속사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한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계 멤버에게 가급적 논쟁이 되고 논란을 일으킬 만한 글은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할 순 있지만 회사가 강요할 순 없는 영역”이라며 “본인의 의지에 따라 올리는 경우도 있고 중국 내 여론을 의식해 올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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