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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작전사령부 제7기동전단 소속 '최영함'이 지난달 5일 새벽 서해 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교신이 끊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태풍을 피하기 위해 이동 경로를 일부 수정했고 태풍을 피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통신이 안 터지는 지역에 접어들었습니다. 교신을 유지하려면 망을 전환해야 했지만 이 작업이 누락돼 교신이 끊겼다는 게 현재까지 해군 조사 내용입니다.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들에 대한 엄중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서 주요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어제(1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 보고에서는 사고 원인 파악과 사후 조치보다는 이러한 내용이 적시에 지휘 체계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조명됐습니다. 적시에 보고를 못 받았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은 진땀을 뺐습니다.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내용이다 보니 일부 의원들의 다소 부정확한 질문에도 쉽게 당황했습니다. 보고 누락 문제의 핵심은 '군 기강 해이'라는 점입니다.
"기강의 문제"
한 군 관계자는 최영함 교신 두절 사건에 대해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라고 조심스럽게 반문했습니다. 일일이 다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장도 지적했듯이 이번 사안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고 사실 관계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누구를 문책하기 위함이 아니라 원인 파악 과정에서 군 조직의 기강을 다 잡아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입니다. 기강의 해이라는 건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스며들어 누적·확산되다가 어느 특정 시점에 사고로 발현되기 마련입니다. 최영함 교신망 전환 작업을 누락한 담당자들의 탓으로만 돌리고 문책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근본적으로 군 내부 기강에 문제가 없는지 군 지휘라인이 나서서 점검하고 살피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필요해 보입니다.
'기강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의원들 입장에서는 '보고 누락 여부'에도 자연스레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겁니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지 않느냐. 한미연합 부사령관까지 지낸 김병주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느냐'라는 군 내부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적시에 보고가 누락된 건 잘못된 일이 분명합니다.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모두 사고 발생일로부터 3주가량 몰랐습니다. 이종섭 장관은 심지어 어제 제대로 파악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아닙니다만) 보고가 누락되다 보니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도 부차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해군은 최영함 교신 두절 사고 당일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고 이후 상황과 일련의 조치 내용 등을 적절한 방식(내부망 등)을 통해 합참 참모라인에 보고했습니다. 이 내용은 합참 작전본부장에게도 전달됐습니다. 군 당국도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합참은 공식 입장을 통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공교롭게도 해군과 합참의 입장이 서로 다릅니다(서로 입장이 달라 충돌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합참 입장에서는 해군으로부터 올라온 최영함 교신 두절 사고 관련 내용이 보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군 조직 전반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지려고 하기보다 일종의 '면피 대상'을 찾고 '면피'만 하려고 하는 군의 자화상이 아닌지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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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리는 공군"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은 어제 국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제20전투비행단에서 불거진 부사관의 극단적 선택 사건에 대해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루 만에 군 인권센터가 보란듯이 공군의 비위 사건을 발표했습니다. 또 성비위 사건입니다. 군 인권센터는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0대 A 준위가 B 하사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발언을 비롯해 신체적 성추행 내용도 발표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피해자를 협박한 정황도 있다고 군 인권센터는 발표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군 내 '인권'과 '기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인권이 무너지면 군 기강도 따라서 무너집니다.
군 내부에서는 "공군이 정신 못 차린다"라는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이 역시 근본적으로는 기강 해이의 문제입니다. "조사 후 문제점을 식별해서 조치하겠다"라는 정상화 공군총장의 답변이나 "군의 불상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이종섭 장관의 답변이 하루 만에 무색해졌습니다. 오늘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공군에서 왜 이렇게 성폭력 사건이 많이 터지느냐',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거냐', '언론에 언급되는 군 성폭력 사건 가운데 공군의 빈도수가 높지 않느냐'고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공군은 "답변 드리기 어렵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는 알맹이 없는 원론적 말만 반복했습니다. '대책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만 회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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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장관, 메시지 낼까
"튼튼한 안보를 구현하는 데 신명을 바치겠다"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국방태세 확립하겠다"
"국방혁신 4.0 통해 과학기술 강군을 건설하겠다"
"한미 군사동맹의 결속력을 높여 국방협력 확대하겠다"
"방위산업을 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밝힌 국방운영 가이드 라인입니다. "신명 (身命 : 몸과 목숨)을 바치겠다" 했습니다. 잇따라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한미동맹과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취임 일성이 결실을 거두려면 군 기강 확립이 전제돼야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져도 군의 정신력과 기강이 무너지면 희망을 갖기 어렵습니다. 정말 상투적인 말이라 언급하기가 다소 무색하지만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군이 수시로 언론을 향해 우리 주적에 대해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다고 해서, 또 대북 문제를 거듭 강조한다고 해서, 한미 자산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고 해서 군이 자연스럽게 뭉치고 기강과 정신력이 향상될 것이라 여긴다면 그런 안이한 생각은 착각이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기강 해이 사건은 계속 드러납니다. 명과 암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휘하 장교와 장병들을 겨눌 것이 아니라, 지휘관들부터 살피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잇단 군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이종섭 장관이 복귀한 뒤 최영함 교신두절 사건 조사 결과와 공군 성비위 사건 수사 경과 등을 토대로 해서 군 기강 관련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배준우 기자(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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