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오로지 선원’ 도무지 스님
충남 홍성군에 있는 ‘오로지’ 선원의 부처 고행상과 도무지 스님. 홍성=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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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오서산 기슭에 작은 선원(禪院)이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은 최근 개원했지만 아직 주변이 정비되지 않아 선원이라기보다는 시골 농가에 가깝다. 선원의 이름은 ‘오로지’, 선원장 스님의 법명(法名)은 ‘도무지(道無知)’다.
―주변을 보니 할 일이 많을 듯하다.
“큰 절 일을 하면 곧 주지 자리 나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는 말도 있지만 그러기는 싫더라. 자유롭지 않고, 절이 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것 아닌가.
“절은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는 학교인데 자꾸 돈 얘기하면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다.”
―절이 학교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절은 학교, 스님은 교사, 신도는 학생의 관계다. 스님과 신도가 없는 사찰은 교사와 학생이 끊긴 폐교와 마찬가지다. 절만 유지되면 그게 ‘관광불교’ 아닌가?”
―선원 이름과 스님 법명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
“선원은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 수행정진하며 부처님 뜻대로 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명은 사연이 좀 있는데….”
짧지 않은 사연이 이어졌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그는 고교 때까지 절에 가보지도 않았지만 대학 동아리에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 시절 꿈속에서 도무지라는 법명을 받았다.
―도무지(道無知), 어떤 의미가 있나.
“참선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무(無)라고 말한 뜻을 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명은 은사가 정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사연을 말씀 드렸더니 허락하셨다. 그 대신 두 가지 말씀을 따르라고 하시더라.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10년 동안 운전하지 말고 강원에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법당에 뼈가 앙상한 부처 고행상을 모셨다.
“이 시대는 질병과 재난, 전쟁으로 수행과 참선이 필요한 시기다. 복을 바라는 기복불교가 아니라 수행 중심의 불교가 필요하다.”
―부처님 학교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
“쉽고 친절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스님들은 교사로 법문 위주로 살고, 의식과 관련된 것은 신도들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선원의 경우 내가 자리를 비우면 신도들끼리 법회도 진행한다. 금강경에 맞춘 한글 의식집도 출간했다.”
―신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우리 불교에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질문이 실종됐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절에 갈 때 공양물만 챙기지 않고, 질문 보따리도 챙겨 가라’고 한다. 스님들을 자꾸 귀찮게 해야 한다. 그래야 스님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발전한다.”
홍성=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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