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구 수성구 금호강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산책로 조성공사에 대한 안내가 안내판에 적혀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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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대구 율하체육공원 맞은편 가천잠수교 인근. 금호강 안심습지가 위치한 이곳에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굴삭기는 강변을 따라 움직이며 흙을 파내고 수로를 만들고, 덤프트럭이 만들어낸 흙먼지 사이로 공사 작업자들은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굴삭기가 만들어 낸 수로가 이미 수백m 길이로 뻗어 있었다. 경사면에 석축을 쌓기 전 바탕작업으로 콘크리트가 타설된 구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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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m 길이 2.8㎞ 산책로 공사 중
앞으로 공사가 이뤄질 구간은 아직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거진 버드나무 숲 사이로 습지가 있다.
덤프트럭이 드나드는 길 입구 세워진 공사 안내판에는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이란 사업명이 적혀 있었다.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에서 남천 합류부까지 4.3㎞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1차 사업으로 9억79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오는 9월까지 범안대교에서 매호천 구간에 폭 2m, 길이 2.8㎞의 산책로를 조성한다.
지난 29일 대구 수성구 금호강변에 산책로 조성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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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에 적힌 공사의 목적은 ‘금호강 좌안 보행로 단절구간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산책로를 조성해 통행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에게 여유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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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 버드나무 100그루 뽑아"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1개 시민단체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 수성구가 대구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인 금호강에서 강행하는 혈세 탕진, 환경파괴 산책로 공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생태 핵심 공간에 수성구가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며 “주민도 많이 다니지도 않아 실효성마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길을 내려다 보니 탄소중립 시대에 아름드리 자생 버드나무 군락지 내 버드나무 100여 그루를 벌채했다”며 “그 자체로 제방을 받쳐주는 구실을 하는 ‘자연 완충 공간’을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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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로 야생동물 생태질서 교란"
또 “이 일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삵·고라니·너구리 등 야생생물들의 서식처이자 이동통로”라며 “이런 곳에 산책로와 같은 길을 낸다는 것은 이들 야생동물의 생태적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공사 과정에서 수질 오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콘크리트에서 수용성 발암물질이 흘러 나올 수 있어 콘크리트가 양생될 때까지 거푸집으로 물과 접촉을 막아야 하지만, 타설 콘크리트가 상당 시간 강물에 직접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대구 수성구 금호강 산책로 조성공사에서 타설된 콘크리트가 강물에 직접 노출된 모습.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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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나선 자치구청
환경단체의 이런 지적에 대해 수성구 측은 반박에 나섰다. 수성구 관계자는 “이 사업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과 연계한 것”이라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대구지방환경청의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연이 가진 기본적인 회복력이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주변환경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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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목 30그루 벌채...수질오염 가능성↓"
“자생 버드나무를 100여 그루나 벌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돌붙임 시공 구간 안에 일부 잡목 중 고사했거나 쓰러져있어 하천 흐름에 방해가 되고, 미관을 저해하는 잡목을 30여 그루정도 벌채했다”고 반박했다.
또 타설된 콘크리트가 직접 강물에 노출된 데 대해서도 “양수기로 강물을 제거한 뒤 거푸집을 설치해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양생시켜, 콘크리트가 굳은 뒤 강물에 노출했다”며 “돌붙임 공법상 뒷붙임 콘크리트는 강물 제거 후 거푸집 없이 시공한다”고 해명했다. 환경단체가 주장한 수질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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