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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文정부, 취약층 복지는 죘더라"…수당 잣대 중위소득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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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앙생활보장위 기준중위소득 결정

정부 고위관계자 "문정부 어려운 쪽 더 죘더라"

윤석열 정부의 '조각보 복지' 시험대

중앙일보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며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의 액화석유가스(LPG) 용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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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수당(서비스)의 잣대가 되는 기준중위소득이 29일 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2023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한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생계비·의료비·국가장학금 등 77개 복지수당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잣대이다. 이게 많이 오르면 복지 수당과 서비스 대상자가 늘어난다.

기준중위소득은 매년 8월 1일까지 다음 연도 것을 결정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기한이 임박해 29일 회의에서 최종치가 확정된다.

이번 기준중위소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선을 끈다. 첫째, 윤석열 정부 복지정책의 가늠자일 수 있다. 취약계층에 현금복지를 집중하는 게 윤 대통령의 복지 철학이다. 이를 적용한다면 기준중위소득이 대폭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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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기준중위소득을 평균 2.5%밖에 안 올렸다. 다른 데에는 현금 복지를 펑펑 전 국민 대상으로 썼다. 정말 어려운 쪽은 오히려 (복지를) 죄었더라. 우리는 반대이다. 취약계층부터 확실히 챙긴다. 이게 정상화"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서 "고물가 위기가 사회적 약자들에 고스란히 전가돼선 안 된다"며 "공공부문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 재원으로 약자와 취약계층 등 꼭 필요한 곳에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철학은 '누더기 복지에서 조각보 복지로'이다. 여기저기 땜질한 누더기 복지에서 편중·누락이 없는 촘촘한 '조각보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4월 말 브리핑).

둘째, 별로 경험한 적이 없는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상황이다. 3고가 저소득층의 팍팍한 삶을 강하게 짓누른다. 윤 대통령의 19일 발언 배경에 이런 인식이 깔렸다.

서울 성북구 은희주(44)씨는 1인 가구 기초수급자이다. 월 58만여원의 생계비를 받는다. 이 돈으로 월세(10만7000원), 교통비(7만원)와 식비·담뱃값 등을 해결한다. 은씨를 가장 괴롭히는 지출은 병원비이다. 뇌질환·당뇨병 등을 앓는데, 정기적으로 뇌혈관 확장 치료를 받는다. 비급여(비건보) 진료라서 50만원이 든다. 은씨는 매달 생계비에서 5만원을 악착같이 모은다. 그래도 모자라서 복지기관에서 5만~30만원을 빌린다. 기초수급비(생계비)가 나오면 3만원씩 갚아나가는데, 현재 9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28일 은씨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지병이 악화해 하루에 흰죽 한 끼로 버티고 있었다.

"그걸로 어떻게 버티냐."(기자)

"이온음료를 마신다."(은씨)

"병이 나빠지기 전엔 끼니를 어떻게 해결했나."(기자)

"아침에는 컵라면과 우유를 먹는다. 가장 싼 제품을 산다. 900원짜리 가장 작은 컵라면, 2200원짜리 큰 통 우유를 산다."(은씨)

"최근에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었나."(기자)

"한 두달동안 먹은 적이 없다."(은씨)

은씨의 단백질 공급원은 햄이다. 그는 동네 가게에서 거의 사지 않는다. 은씨는 "물가가 올라서 동묘시장으로 나간다. 거기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싼 햄을 산다"며 "우유와 라면값이 오를까 걱정"이라고 넋두리를 했다. 은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 오르는 물가 속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1차 회의에서 재정당국(기획재정부)과 복지 전문가들이 맞섰다. 기재부는 4.17% 인상을 제시했다. 상당수 위원은 5%대 인상을 요구했다. 기준중위소득은 과거 3년 치 평균인상률에다 추가조정률을 반영해 미리 계측한다. 올해 계측치는 5.47%(기본인상률 3.57%+추가인상률 1.83%)이다. 이대로 올릴지, 4.17%와 5.47% 사이 어디쯤에서 결정될지 미지수다.

지난해의 경우 계측치는 6.34%였는데 실제 5.02% 올렸다. 그 전년에는 6.36% 계측치에 실제 2.68% 올렸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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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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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7~2022년 기준중위소득은 평균 2.9% 올랐다. 기본 인상률만 따지면 2% 남짓 올랐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 정부에서 어려운 쪽(저소득층)을 더 죄었다"라고 말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기초법공동행동이라는 단체가 2~4월 기초수급자 25가구 가계부를 조사했더니 9가구는 두 달간 육류를 한 번도 사지 못했다. 14가구는 생선을 산 적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7일 "세계적인 식량·연료 가격 급등에 맞서 각국이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보편적 지원보다는 취약계층 선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9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칼자루는 재정 당국이 쥐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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