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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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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이름이 이곳에"…한국전 추모의 벽 찾은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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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4만3천808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공개됐습니다.

공식 기념식은 27일이지만 이날은 유가족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잊혀진 영웅들의 이름이 먼저 선보였습니다.

행사를 찾은 유가족들은 어쩌면 만나 보지도 못한 채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더듬으며 짙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일부는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탁본을 뜨며 이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외삼촌 로버트의 이름을 찾아 행사장을 찾은 스티브 프롤리히(71)씨는 "베트남전 기념 공원에는 모든 참전자의 이름이 적혀있다"며 "이제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도 모두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이 마련됐다.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곳"이라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1931년생인 프롤리히씨의 외삼촌은 1930년생이라고 나이를 속이고 자원입대해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전투 도중 실종된 그의 유해는 유전자 감식을 거쳐 2009년에야 가족들의 품에 돌아왔습니다.

프롤리히 씨는 "외삼촌이 가족 품에 돌아오기까지 59년이 걸렸다"며 "나의 어머니와 삼촌은 모두 7형제인 집안의 여섯째와 다섯째였다. 어머니는 삼촌의 이름을 따 형의 이름도 로버트라고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주 벤쿠버시 시장인 앤 매커너니(68)씨는 행사를 한시간여 남겨놓고 기념공원을 찾았습니다.

삼촌 찰스 다니엘 매커너니의 이름 앞에선 그녀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감동적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매커너니 시장은 "삼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21세의 나이에 참전했다"며 "그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남북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70년간 전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국 정부의 공포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추모의 벽이 만들어지기를 오래도록 고대했다"며 "너무 기쁘다. 숨이 멎을 만큼 감동적"이라며 마지막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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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는 휠체어를 탄 노병부터 20대의 젊은이까지 세대를 초월한 이들이 모여 슬픔과 애도를 나눴습니다.

22세인 세레나 카마차 휴마나스는 남자친구와 함께 큰삼촌 토머스 만토야의 이름을 찾고 있었습니다.

휴마나스는 "아버지와 함께 추모공원에 자주 왔었고, 이제는 내 손자와 내 증손자가 이곳에 와서 큰삼촌의 이름을 찾고 그를 기억하기를 바란다"며 "추모의 벽은 매우 중요한 기념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그를 추모하고 기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일"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완공을 축하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이 흘러버린 세월 탓에 행사를 찾은 유가족 중에서 직계 가족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추모의 벽 건립을 기다리다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흐린 하늘이 간간이 비를 뿌리는 와중 진행됐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은 기념식에서 "오늘 처음으로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한다"며 "여러분은 큰 희생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러분과 함께 늙어 갈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며 한 명 한 명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며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4만3천808명의 이름을 새겨 '추모의 벽'을 건립했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가족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며 이들의 희생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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