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지지대를 한 뷰캐넌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명문구단으로 불리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썼다.
전반기 막판 시작된 삼성의 기나긴 연패는 후반기 들어 13번째 패배를 당한 뒤 힘겹게 멈췄다.
연패는 끝났지만, 삼성은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 상처를 입었다.
마무리 오승환의 충격적인 부진 등 선수들의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고, 일부 열성 팬들은 감독과 단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허삼영 감독은 상대 투수가 보크를 저질렀다고 항의하다 퇴장도 당했다.
무엇보다 최근 2년간 확실한 에이스 노릇을 한 데이비드 뷰캐넌(33)의 부상이 우려스럽다.
삼성은 25일 "대구 소재 병원에서 검진 결과 오른손 엄지 밑부분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라며 "회복까지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8위로 처져 있는 삼성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뷰캐넌 |
뷰캐넌은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핵심적인 투수다.
2020년 입단 첫해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 지난해는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마운드를 이끌었다.
올해는 팀 성적의 부진과 함께 6승 8패 평균자책점 3.38에 그쳤지만, 팀 내 최고 성적이다.
이런 에이스가 한 달 동안 등판하지 못한다면 '가을야구'는 물 건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뷰캐넌의 부상 과정에 삼성 벤치의 움직임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뷰캐넌은 지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0-2로 뒤진 2회말 2사 1루에서 김준완의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잡으려다 오른쪽 엄지를 다쳤다.
TV 화면에는 타구에 맞은 뷰캐넌의 엄지가 꺾이는 모습이 확연해 부상을 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뷰캐넌은 별다른 조치도 없이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연습 투구에서 공이 어이없이 빗나가고 키움 김혜성에게 던진 초구도 맥없이 들어왔다.
그러자 포수 강민호가 주심에게 부상 점검을 요청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 |
그런데도 허삼영 삼성 감독은 뷰캐넌을 계속 던지게 했다.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없었던 뷰캐넌은 송성문의 타구에 종아리를 맞는 등 추가 1실점 한 뒤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정현욱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정 코치는 위기 탈출을 위한 지시를 했을 뿐 부상 중인 투수에 대해 점검은 하지 않았다.
뷰캐넌은 놀랍게도 4회에도 등판해 2사 1,2루에 몰린 뒤에야 장필준으로 교체됐다.
부상 우려 때문이 아니라 계속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강판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뷰캐넌은 엄지손가락을 다친 뒤에도 1⅔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로 41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총 투구 수가 75개였으니 아픈 상태에서 더 많은 공을 던졌다.
삼성 벤치가 뷰캐넌의 부상에서 강판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전날까지 12연패를 당했으니 뷰캐넌에 기대는 심정은 컸을 것이다.
삼성 선수단 |
하지만 선수의 부상을 방치하는 것은 코치진의 직무유기다.
물론 선수는 '괜찮다. 더 던질 수 있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눈앞의 승리보다 선수의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벤치의 당연한 의무다.
TV 화면에서 퉁퉁 부은 뷰캐넌의 손가락을 비추고 주심까지 손가락 상태를 점검했는데 허 감독과 코치들은 잘 몰랐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뷰캐넌의 부상 이후 삼성의 조치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다음날 손가락 지지대만 하고 경기장에 나타났고, 삼성은 3연전을 마치고 대구 내려가서 정밀검진을 한다고 했다.
서울에는 갈 병원이 없었던 것일까.
야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선수들이다.
감독이나 코치, 프런트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경기는 선수가 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1승을 따기 위해 그런 자산을 예사로 여기는 팀을 과연 명문구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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