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 긴급위원회 합의 없이 이례적
WHO 질병억제 연구ㆍ자금 지원, 보건조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6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말 모임·행사 취소를 권고하고 있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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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70개국에서 발병 사례가 확인된 원숭이 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23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원숭이 두창에 대해 PHEIC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숭이 두창이 더욱 세계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는 게 명백하다"며 "원숭이 두창은 새로운 전염 방식으로 빠르게 전 세계로 퍼졌지만 우리는 이를 너무 적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국제 보건 규정에 있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발병례가 있었다"고 비상사태 판정 이유를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번 발표에 앞서 지난 21일 열린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 전원의 찬성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PHEIC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15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은 비상사태 선포에 찬성했지만 9명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원숭이 두창이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기 전에 전 세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질병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위원들의 관점이 엇갈렸던 점을 알고 있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던 점도 안다"면서도 "원숭이 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 20일 기준으로 파악한 전 세계 원숭이 두창 환자 수는 72개국에 걸친 1만5,800명이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전 세계 환자 수가 3,000여명선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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