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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치솟으면 대통령 지지율 추락…尹만 그런게 아니었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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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12]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한 후 가장 신경 쓰는 경제정책이 바로 '물가'죠. 기름값, 식재료 등 안 오르는 게 없다 보니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찍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두 자릿수를 넘어갑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돼지고기·식용유·밀가루 등에 0% 관세,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는 10월까진 물가 불안이 계속될 거란 우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일까요? 그리고 물가 상승은 대통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①물가 급하게 상승한 정도 '역대 3위'

분기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해봤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물가 상승률은 5.4%입니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기준입니다. 1980~1990년대는 8~9%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심심치 않게 나왔기 때문에 수치상으론 아주 커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전분기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올해 2분기 물가 상승률은 5.4%고, 1분기 물가 상승률은 3.8%입니다. 한 분기 만에 1.6%포인트가 상승한 겁니다. 보통 0.1~0.3% 안에서 플러스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2분기 물가 상승률은 역대 3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1998년 1분기 물가 상승률이 8.9%로 1997년 4분기(5.1%)에 비해서 무려 3.9%포인트가 증가합니다. 이게 1위입니다. 1990년 1분기, 2000년 3분기, 2001년 2분기 등도 물가가 확 오른 때였죠.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도 0.4~1.1%포인트의 높은 변동 폭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1.6%)까진 아닙니다. 국민이 보기엔 물가 충격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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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상승률(전년 동기대비·한국은행)를 전분기랑 비교해본 수치. 전분기랑 대조해볼 때 물가상승률이 가장 급격히 상승했던 시기는 1998년 1분기였다. 올해 2분기 물가 상승률 5.4%는 `급격한 상승`정도를 보면 1988년 이후 역대 3위에 기록된다. <나현준 기자, Canva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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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물가 급격히 오르면, 지지율도 떨어졌다

물가가 급격히 올랐을 때와 역대 대통령 지지율(갤럽 조사 기반)도 살펴봤습니다. 어김없이 물가가 상승할 때 지지율이 하락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물가가 가장 급격히 상승했던 1998년 1분기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 취임 첫 시기였는데 1998년 1분기 71%에 달하는 지지율이 그다음 분기인 2분기에 62%로 떨어집니다. 무려 9%포인트 하락입니다. 역대 2위 상승을 기록했던 1990년 1분기 때도, 그 이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려 10%포인트(1990년 1분기 28% → 1990년 2분기 18%) 감소합니다. 소비자물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생활비가 많이 들면서 살림 살이가 팍팍해지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는 거죠.

지난 3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말 워크숍서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아랍의 봄이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물가가 오르고 식료품이 올라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대 3위에 해당되는 이번 물가 상승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분기(올해 2분기·갤럽 기반) 지지율은 50%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오르면서 7월 2주 차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2%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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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물가 상승이 나타났던 시기에 대통령 지지율 변화 추이(한국은행, 갤럽 기반). 2022년 2분기는 다음 분기(2022년 3분기) 자료가 없어서 7월 2주차 여론조사 기반. 급격한 물가 상승시기엔 보통 대통령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빠졌다. <나현준 기자, Canva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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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尹 대통령 벤치마킹할 사례는? 'MB'

물가만 놓고 보면 역대 물가 상승기는 1988년 이후 다섯 차례(1989년 4분기~1991년 1분기 / 1993년 1분기~1994년 1분기 / 1997년 1분기~1998년 2분기 / 2007년 1분기~2008년 3분기 / 2021년 1분기~현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이후로 대통령 지지율은 어김없이 '우하향'합니다.

물론 물가 만이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다만 물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물가 관리는 보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통해서 합니다. 정부 입장선 '독립된 한국은행'이 하는 영역인데 억울할 순 있습니다. 다만 국민 대다수에겐 정부나 한은이나 똑같이 '○○ 정부'로 인식되니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지난 대통령 지지율을 살펴보면 반등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취임 초반 물가 상승·경제 위기·광우병 논란 등으로 20%까지 빠졌던 지지율을 임기 중반에 40%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죠.

5%(2008년 3분기 5.5%)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을 집권 중반 2~3%대로 관리했던 것이 우선 주효했습니다. 또한 정권 초반 때 '부자감세' 논란을 보였던 것과 달리 집권 2년 차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던 것도 주효했죠. 저소득층에 대한 저리 융자제도인 '미소금융', 서민형 아파트 공급 사업인 '보금자리 주택'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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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서 발표한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발췌.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1년차 때 24%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중도실용주의 노선 표방에다가 안정적인 물가 관리 등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나현준 기자, Canva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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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물가를 연말까진 어느 정도 선에서 관리하면서 친서민·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에겐 중요해 보입니다. 이를테면,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청년들에 대한 이자 경감 대책이 나왔을 때 "이 정책이 서민과 무슨 상관있냐"며 부글부글하던 인터넷 여론들이 있었죠. 인터넷 여론은 "자유주의 정신에 어긋나고 공정과 상식과도 안 맞는다" "빚투 청년들을 도울 거면 차라리 정말 학자금으로 허덕이는 청년들을 도와라" 등의 반응이었죠.

물론 윤 대통령은 '선제조치'를 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이들 빚투가 금융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습니다. 경제학적으론 맞을 순 있어도, MB가 보여준 '중도 실용주의' 노선과는 결이 맞지 않네요. 윤석열 정부가 지금 이 순간 정책의 도움이 누구보다 필요한 대상을 찾는 것, 그리고 이들을 위한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해야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정책에 신뢰도가 생길 듯합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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