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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김영환 "충북엔 바다 없지만 호수·저수지 757개…꿈의 바다로" [e즐펀한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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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즐펀한토크] 최종권의 충청기사 왔슈


“충북은 바다는 없으나, 꿈의 바다가 있습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바다가 없는 대신 산과 호수가 즐비한 충북을 관광과 힐링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김 지사는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을 대표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청호가 보이는 문의문화재단지를 취임식 장소로 정한 이유도 레이크파크 사업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김 지사는 “충북은 바다는 없으나 호수가 있고, 항구는 없으나 백두대간 산이 있고, 배는 없으나 걸어서 세계로 난 만 갈래의 길이 있다”며 “대청호가 내려 보이는 이곳에서 호수관광 시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첫발을 내딛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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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일 대청호가 보이는 충북 청주시 문의면 문의문화재단지 놀이마당에서 취임식을 했다. [사진 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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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바다 없는 충북, 레이크파크로”



이 사업은 대청호와 충주호(제천 명칭은 청풍호, 단양은 단양호), 괴산호 등 충북에 산재한 757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저수지를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이다. 호수와 어우러진 백두대간과 종교·역사·문화 유산 등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하고, 권역별로 테마를 입히는 개념이다.

그는 취임 후 현안 1호 결재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추진방향’에 서명할 만큼 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1일엔 레이크파크를 주제로 충북연구원에서 열린 외부 강사 특강을 2시간 동안 맨 앞에 앉아 시·군 공무원 등 60여명과 경청했다.

특강에서 김 지사는 “과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일일이 살펴보며 시집을 낸 적이 있다”며 “레이크파크는 4대강을 다니며 느꼈던 인문지리적 지식이 바탕이 돼 탄생한 아이디어다. 이 사업을 통해 충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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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에서 내려 본 충주호. [사진 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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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저수지 757개, 백두대간 연계 관광자원화



충북도는 조만간 도지사와 민간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민관 위원회를 설립하고, 실무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할 계획이다.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은 9월께 착수한다. 시군과 함께 대표호수와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중앙부처와 연계한 사업을 발굴해 국비 등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충북은 호수의 고장이라 불릴 만하다. 청주와 옥천·보은에 걸쳐있는 대청호와 충주·제천·단양에 이르는 충주호 등 대형 호수 2개가 있다. 충주호와 대청호는 저수량 기준으로 소양호에 이어 각각 국내 2·3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산막이옛길로 유명한 괴산호는 남한강 지류인 달천을 막아 생겼다. 낚시 마니아층에서 인기 있는 진천 백곡·초평저수지, 음성엔 삼형제·맹동·원남저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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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풍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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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호수 대청호서 취임식…TF 구성 예정



소백산과 월악산·속리산·민주지산까지 이어진 백두대간은 구인사·법주사·반야사 등 사찰과 함께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제천 의림지는 삼한시대 지어진 수리시설로 고대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변광섭 청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충북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수가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역사 자원, 농경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며 “레이크파크가 단순히 관광지 개발 사업에 그치지 않고, 충북 구석구석에 숨겨진 스토리를 발굴해 충북의 문화원형을 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 교수는 민선 8기 충북도 인수위원회에서 정책2분과 위원을 맡아 지난달 레이크파크 구상안을 충북도에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권역별 콘텐트 개발 방향은 크게 문화유산형, 자연친화형, 치유휴양형, 교육체험형, 예술융합형, 농경자원형 등 6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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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다. 충북 영동과 옥천을 거쳐 청주시 문의면으로 흐르며, 댐 하류 대전시를 거쳐 금강으로 흐른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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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충주호·괴산호 등 문화 콘텐트 발굴



변 교수는 “충북은 문화지리학 적으로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호수가 연결된 농경문화와 숲길, 물길이 촘촘하게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돼 있다”며 “생명의 모항(母港)인 충북의 문화 콘텐트를 발굴해 관광자원으로 꽃을 피우자는 게 레이크파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레이크파크의 큰 축에는 대청호와 충주호가 있다. 저수 면적 72.8㎢에 달하는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생겼다. 대청호 물길은 발원지인 전북 장수군을 거쳐 충북 영동군과 충남 금산, 충북 옥천군을 돌아 청주에서 모여 대전으로 흐른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와 249.5㎞ 길이 ‘대청호 오백리길’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 대청호 변에 자리 잡은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3년 12월 완공한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2003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관리권을 충북도로 넘겨 일반에 개방됐다. 청남대 본관, 헬기장, 양어장, 초가정 등 기존 시설과 충북도가 추가로 만든 산책길, 대통령역사기록관,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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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도담삼봉. [사진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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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통령별장 품은 대청호, 한반도 지형



대청호 상류인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둔주봉에 오르면 강물에 비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 동·서쪽이 바뀐 한반도 지형이다.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부소담악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다. 기암절벽 길이가 무려 700m에 달한다.

충주호는 충북 충주·제천시와 단양군 등 3개 시·군에 걸쳐있는 저수 면적 97.2㎢의 인공호수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겼다. 공식명칭 외에 행정구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른데 제천은 청풍호, 단양은 단양호로 부른다. 풍부한 수량(27억5000t)으로 ‘육지의 바다’란 별칭이 붙었다.

충주호 상류에 위치한 단양은 호수와 산,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단양 8경’으로 유명하다. 으뜸은 도담삼봉이다. 충주호와 남한강 물길이 만나는 단양군 매포읍의 호수 중간에 남편봉·처봉·첩봉 세 개의 기암으로 된 봉우리 3개가 서 있다. 정도전은 남편봉에 삼도정을 짓고 찾아와 풍류를 즐기거나 시를 지었는데, 경치에 반해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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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나루와 청풍문화재단지. [사진 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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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제천~단양 잇는 충주호 곳곳 볼거리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의 장회나루는 퇴계 이황과 기녀 두향의 애틋한 사랑이 깃든 곳이다. 이곳에서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가면 옥순봉·구담봉·금수산·제비봉·옥순대교·만학천봉·강성대 등 경관을 볼 수 있다.

충주시 살미면 월악로에 있는 악어봉은 호수와 맞닿은 산자락의 모습이 악어떼가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듯한 형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악어봉은 작은 악어봉(448m)과 큰 악어봉(559m)로 나뉜다.

청풍호는 충주호를 제천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청풍호에서는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 구간을 운행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체험할 수 있다.

비봉산 정상까지 1.5㎞ 구간의 모노레일도 연결돼 있다. 23분간 정상을 천천히 올라가며 숲내음과 솔바람을 맡다 보면 청풍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 밖에 유람선·청풍문화재단지·청풍랜드 등 다양한 관광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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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기암절벽 위에 설치한 잔도. [사진 충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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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청풍호반 휴양단지 구상, 단양 TF 시동



제천시는 레이크파크 관련 사업으로 청풍호반 종합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과 청풍호반길 조성, 청풍호 사계절 경관농업 클러스터 조성,용두산 포레스트밸리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구상하고 있다. 단양군은 별도 TF를 구성해 군청 직원과 민간 전문가 의견을 모아 충북도 종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충북 레이크파크 사업은 호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규제와 대치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대청호는 수질 보전을 위해 취수장 인근은 상수원보호구역, 호수 주변은 수변구역과 수질보전특별대책구역 등으로 묶여있다. 이곳에선 음식점이나 숙박시설, 각종 시설 입지 등 개발행위가 어렵다.

곽열 충북도 수계관리팀장은 “상수원보호 구역이 아닌 곳을 활용하거나, 규제가 덜한 저수지 주변을 개발하는 등 단계별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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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이크파크 특강을 한 조성하 여인숙(여행은 인간의 숙명이다) 대표는 글로벌 관광 추세를 반영한 ‘OHP(Outdoor Hospitality Park·야외 환대산업 공원)’ 개념을 충북도에 소개했다. 조 대표는 “OHP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 자연주의 여행을 말한다”며 “리조트나 호텔을 짓지 않고도 충북의 수려한 경관을 체험할 수 있는 캠핑이나 글램핑, 리조트 캠핑, 트럭 투어를 레이크파크에 접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대간 미니어처 파크, 스위스 트레일을 모방한 51㎞ 길이 ‘코리아 내셔널 트레일’, OHP 전문인력 양성 등 세부 전략도 제시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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