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올해 하반기 영업환경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는 대출사업이다. 대출에 사용될 돈을 조달하는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지만, 이자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핵심 수익원인 신용판매 역시 급속도로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일한 탈로는 신사업뿐인데, 이마저도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원활한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기대를 거는 업체가 많다.
카드론, 점진적 수익성 악화 불가피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까지 끌어올리면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카드사들은 자체 수신기능(예·적금)이 없어 통상 카드채,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등의 방식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채 금리도 함께 뛸 수밖에 없다. 이는 즉, 대출에 들어갈 원가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기준 AA+등급 3년물 카드채 금리는 4.281%까지 올랐다. 작년 동기(1.811%)보다 2배가 훨씬 넘게 상승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카드사들이 현재 발행하는 채권 중 3년물 비중이 가장 높고, 1년물이 가장 적은 만큼, 당장의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 수익성은 꾸준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카드채 신용 스프레드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회사채가 국고채보다 약세를 보인다는 뜻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날 3년물 카드채 신용 스프레드는 1.09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수치가 1%포인트를 넘은 것은 2011년 10월 25일 이후 11년 만이다.
카드사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조차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여신전문금융사들이 CP 시장에 대거 몰리며 흡수 능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카드사의 경우, 더 이상의 장기 CP 조달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자금 등도 조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본적인 진입 문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해외조달에 성공한 업체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정도가 유일하다.
이같은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의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카드사 대출 금리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2.07~14.34%로 집계됐다. 이는 즉, 조달금리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온전히 적용하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전체 취급량 역시 점진적으로 줄여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고객 선별 과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다중채무자에게 카드론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대출 위험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 선정에 또 다른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어도 2025년까진 지속적 금리 인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사업은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우량차주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판매도 전망 어두워…믿을 건 신사업뿐
또 다른 핵심 수익원인 신용판매(신판) 역시 전망이 어둡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이 늘고, 소비는 위축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카드 사용량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가맹점수수료 인하도 가시화된 상황에서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 신판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나마 물가 상승 등에 기인해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하반기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7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결제실적은 19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인 물가 상승 억제에 나서면 카드사는 그에 비례하게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단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일단은 여기에 기대를 거는 업체가 많다.
카드사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과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다. 이 중 데이터 관련 영역은 미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요인이다. 그간 카드사는 개인·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를 취급할 때 다른 금융업에 비해 더욱 깐깐한 잣대를 적용받아왔다. 따라서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상황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 공유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미래 먹거리인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카드사들은 현 구조에선 주는 정보에 비해 받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정보제공 범위 확대 등을 조치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불필요한 고정비 등은 모두 최저수준까지 줄이고 있다. 8개 카드사의 1분기 합산 판관비는 총 9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8574억원) 대비 8.3%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에 롯데카드를 비롯해 우리카드, 삼성카드 등의 당기순이익이 각각 81%, 19%, 16%씩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저수준으로 평가된다. 카드모집인 수 역시 5월 말 기준으로 8038명까지 줄었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