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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우영우가 감동한 혹등고래…800만 잠재운 그 고래 울음소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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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ㆍ연출 유인식)는 평범하고 따뜻하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 변호사 우영우가 부딪히며 풀어가는 휴머니즘 법정 드라마다. 우영우는 고래 덕후다. 특유의 암기력으로 고래 종의 이름과 특성을 줄줄이 외우고 있다.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매회 단독 타이틀이다. 드라마 첫 회부터 등장하는 고래는 이 에피소드들을 전회 관통한다. 영상과 CG로 등장하는 고래가 지난 ‘4회 삼형제의 난’에선 대형사진으로 보여졌다.

#'고래 덕후' 우영우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형을 죽였다는 자폐 피고인 사건을 맡으며 우영우는 좌절한다.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상처받은 우영우는 사직서를 낸다.

4회 삼형제의 난

영우가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사건 증거수집을 위해 간 강화도에서 준호(강태오)에게 밝힌 사직 이유다.

(영우)“제가 변호사 우영우로서 일하고 있을 때도 사람들 눈에 저는 그냥 자폐인 우영우인 것 같습니다.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하면 져요. 내가 끼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

그런 영우를 준호는 대회의실로 데려간다.

(준호)“대회의실은 처음 가보시죠?”

(영우)“네. 하지만 오늘 회의 장소는 대회의실이 아닌데 왜 가보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준호)“아, 제가 꼭 보여 드리고 싶은게 있어서요”

(영우)“음~ 전망이 좋습니다”

(준호)“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뒤에 있어요”

뒤돌아 본 영우. 헉~. 벅찬 숨소리. 다가서는 영우. 열손가락을 모두 펼친 모습에 감격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어찌할 줄 모르는 영우. 고래의 울음소리. 고래가 창문으로 보인다. 빌딩 옆을 지나 천천히 비행한다. 이후 우영우는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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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카이에서 8월 21일까지 장남원 작가의 사진전 ‘나는 고래’가 이어진다. 사진 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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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가 놀란 고래

우영우가 본 고래사진은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 사진가 장남원(70) 작가의 작품이다. 드라마 제작팀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 사진을 구한 과정을 따라가면 알 수 있다. 제작팀은 이 장면을 위해 대회의실에 걸 고래사진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회의실 큰 벽면에 걸 고래사진은 구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부산에 있는 고래전문책방을 찾았다. 거기서 한국에 고래전문사진작가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제작팀은 장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를 방문했다.

장 작가가 보여준 작품 중 제작진이 선택한 사진이 드라마 대회의실에 걸린 혹등고래다. 가로 6m, 세로 3m 크기의 고래사진은 한장으로 프린트할 수 없어 5장으로 나눠 인쇄해 붙였다. 우영우가 보고 놀라는 드라마 장면은 지난달 촬영됐다.

제작진은 촬영을 끝내고 장 작가에게 사진을 돌려줬다. 장 작가는 지난 5월 5일부터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서울스카이 5주년 미디어아트 특별전 ‘나는 고래’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전이다. 어미 고래가 새끼를 감싸고 유영하는 모습이나, 잠수부와 고래가 교감하는 장면을 포착한 30점이 전시돼있다. 장 작가는 우영우가 감탄한 이 혹등고래 사진도 자신의 전시회장에 걸었다. 전시회는 8월 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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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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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경 태평양 적도 부근 섬나라 통가 해역에는 혹등고래들이 몰려든다. 여름철이 되면 전 세계 수중사진 전문가들이 혹등고래를 찍기 위해 모여든다. 장 작가는 지난 2007년부터 여러 차례 이곳을 들려 촬영했다. 장 작가는 1979년부터 물속을 들어가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세계의 물속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속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생물의 모습,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표정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우영우와 고래는 닮았다.



장 작가는 “고래는 지능이 뛰어나고 참 착하다. 정면으로 다가오다가 부딪칠 것 같으면 지느러미를 오므리고 슬쩍 비켜서 지나간다”고 말했다.

우영우도 지능이 높다. 별명은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란 뜻의 ‘어일우’.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우영우의 아이큐는 164다. 드라마에선 우영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오를 때마다 고래가 등장한다. 두 장면이 대표적이다.

4회 삼형제의 난

(영우)“아 증거를 만든다?”

6회“내가 고래였다면….”

고래 울음소리와 함께 영우의 머리에 번득 떠오르는 생각.

(영우) “아직 안 해본 주장이 있어. 위헌법률심판 제청”

우영우에게 고래는 위안이기도하다.

1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백수 6개월 생활을 접고 법무법인 한바다에 신입 변호사로 일하게 된 우영우의 첫 지하철 출근길. 소리에 예민한 우영우가 안절부절해한다. 눈을 감는다. 고래울음소리. 우영우 뒤 창문에 한강 위를 날으는 고래가 보인다. 평온한 표정의 우영우. 보일듯말듯한 옅은 미소.

■ 고래 울음 소리 비밀은?

어둡고 고요한 바다를 가로질러 뱃고동처럼 낮은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듣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 소리의 주인공은 혹등고래입니다. 몸길이 11~16m, 체중은 30톤 넘게 나가는 이 거대한 동물의 노래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마음이 편안해지는 고래 ASMR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내가 고래였다면"...착한 고래는 모성애도 강하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우영우는 엄마 없이 아빠 손에 키워졌다. 어린 시절 우영우는 엄마가 왜 없는지 궁금했다.

6회 “내가 고래였다면….”

탈북민 계향심(김히어라)의 강도 상해사건을 맡은 우영우.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일어나지 않은 폭행까지 더해 죄가 무거워진 계향심을 변호한다. 하지만 북한법까지 거론하며 노력했지만, 재판은 영우 바람대로 흐르지 않는다. 판사를 직접 찾아간 영우. 하지만 판사로부터 “지금 나하고 장난칩니까?”라는 말까지 들으며 꾸지람을 듣는다. 이에 영우는 “젊은 변호사들이라서가 아닙니다. 계향심씨가 위대한 어머니라서 이러는 겁니다. 어미 고래처럼요” 판사가 “뭐요?”라고 묻는다.

“계향심씨는 상식이 부족하고 제멋대로입니다. 지금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향심씨는 자식을 버리지 않으려고 5년이나 도망자 생활을 했습니다. 모성애가 감경사유는 아니지만, 딸이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키워놓고 교도소에 가야 출소 후 다시 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 모든 시간을 견딘 위대한 어머니의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수연(하윤경)과 함께 바깥으로 나온 영우가 고래의 모성애를 이야기한다.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 젖 물려 새끼 키우는 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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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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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욱. 커다란 고래가 육중한 몸을 수면 위로 솟구친다. 혹등고래다. 등지느러미가 마치 혹 같다 해서 혹등고래다. 매년 7월, 태평양 적도 부근 섬나라 통가 해역에 혹등고래가 모인다. 이곳은 작은 산호섬이 많고 수심이 얕아 천적인 상어와 범고래가 적어 새끼를 키우기에 적당한 장소다. 이곳에서 새끼를 낳아 10월까지 약 4개월간 키운다. 혹등고래 새끼 크기는 4~5m 정도지만 성장하면 길이가 약 16m 몸무게는 40톤 가까이 된다. 새끼에게 젖을 물려 키우는 동안 어미는 거의 먹지 못한다. 새끼 몸이 커질수록 어미 몸은 점점 날씬해진다. 그래도 엄마는 새끼를 열심히 가르친다. 물 위로 솟구치는 법, 꼬리로 수면 치기와 함께 노래도 가르친다. 10월이 되면 성장한 새끼와 함께 어미는 이곳 적도에서 남극해를 향해 길을 나선다. 이때부터 어미 혹등고래는 그간 굶주렸던 배를 채우기 시작한다. 혹등고래가 주로 먹는 것은 청어, 크릴새우. 작은 물고기 등이다. 남극까지 가는 동안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몸집이 작은 새끼를 노리는 범고래, 타이거상어 등은 만나고 싶지 않은 천적이다. 이 모든 위험을 피해 남극해가 가까워져도 안심할 수 없다. 길목을 지키고 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있다. 불법 포경선이다. 운 나쁜 혹등고래 가족은 이들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사진·글 장남원 사진가 tinosea@hanmail.net

#우영우의 고래 사랑...“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

장 작가는 “바닷속 가장 큰 생명체인 고래를 찍으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제 고래 사진을 보는 분들도 잠깐이나마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회 삼형제의 난

친구 동그라미의 의뢰를 맡게 된 우영우. 증거를 찾기 위해 강화도로 내려간다. 낙조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영우)“서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래로는 상괭이가 있습니다. 앝은 물에서 살 거든요.상괭이는 주둥이가 뭉툭한 돌고래로 등에 폭이 좁은 용기가 있습니다. 얼굴 모양이 꼭 웃는 것 같아서 귀엽습니다”

(준호)“변호사님은 고래를 실제로 본적이 있으세요?”

(영우)“아니요 없습니다”

(준호)“수족관 안 가 보셨어요?”

(영우)“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 좁은 수족에 갇혀 냉동 생선만 먹으며 휴일도 없이 1년 내내 쇼를 해야 하는 노예 제도예요.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아시겠습니까?"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가면 삼팔이,춘삼이,복순이가 아기 돌고래들과 함께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수족관에 붙잡혀 돌고래 쇼를 하다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입니다. 언젠가는 꼭 보러 갈 겁니다"

#“새로운 고래들도 등장할 것”



유인식 감독은 지난 18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측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유 감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응에 얼떨떨하다”며 “저희가 준비한 소박한 이야기에 이토록 크게 공감해 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자폐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 착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보다 훨씬 크게 대중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또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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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관전 포인트에 대해 유 감독은 “앞으로도 영우에겐 많은 미션이 닥친다”며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큰 산과 같은 존재를 맞닥뜨리기도 하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제껏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고래들도 여기저기 깜짝 등장할 예정이니 반갑게 맞아 주시면 좋겠다, 끝까지 사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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