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편의점·치킨집서 결제 가능한 페이코인 ‘제2 테라’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페이코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혁신일까, 꼼수일까.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 다날이 암호화폐 기반 결제 사업을 하기 위해 발행한 ‘페이코인’(사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금융당국에 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에 대해 지난 7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심사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페이코인은 다날이 스위스에서 설립한 자회사 ‘페이프로토콜’을 통해 2019년 4월 발행한 암호화폐다. 실생활에서 결제할 때 현금이나 카드 대신 암호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출시됐다. 권도형 대표가 운영한 ‘테라폼랩스’가 암호화폐 ‘테라’를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려 했던 것과 발행 목적에서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페이코인의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약 1150억원 수준이다. 페이코인의 가입자 수는 약 250만명, 결제 가능한 가맹점은 7만여곳이다. 모기업인 다날의 도움으로 GS25과 피자헛, KFC, 교보문고 등에서 결제가 가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가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면 페이프로토콜은 가맹점이 받은 코인을 결제 시점의 시세에 따라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가맹업체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면 30~50% 할인을 해주는 마케팅을 해 가입자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빠르게 영역을 넓혀갔지만, 금융당국이 페이코인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FIU는 앞서 4월 페이프로토콜이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를 수리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원화 입출금을 지원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받아오란 것이다. “페이코인을 원화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치려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우려는 페이프로토콜이 페이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함께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세 조종 가능성이다. 발행량과 유통량을 조절해 시세가 달라지면 이용자가 보유한 페이코인의 가치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부추기는 건 백서에 담긴 페이코인의 발행 가능 총량(39억개)과 실제 발행된 물량(2억7000만개)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데 있다. 36억3000만개는 아직 페이프로토콜의 주머니 속에 있다. 19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페이코인은 430원에 거래 중이다. 현재 시세로 따져도 페이프로토콜이 코인을 발행한 대가로 얻게 될 주조차익이 1조5600억원 규모란 의미다.

이런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페이프로토콜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테라 사태 이후 가상자산을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페이프로토콜의 사업구조에 위험 요소가 있고 요구한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심사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지급결제 서비스를 하고 싶다면 이용자가 스테이블 코인(1코인=1원)을 선불 충전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지, 위험 요소가 있는 현재 사업구조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페이프로토콜 측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해외에선 마스터와 비자, 페이팔 등이 이미 암호화폐 지급결제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당국도 설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