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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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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코로나19를 쫓다…지친 국민 위로하는 치유의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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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한국문화재재단 예술감독, 21∼23일 '처용나례희' 선보여

"K 댄스 위한 관심·지원 필요…'연말 = 나례 공연' 기억됐으면"

연합뉴스

김경숙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 예술감독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예부터 섣달그믐날 밤이면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나례'(儺禮) 의식이 열렸다. 역병이 돌 때도,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81년 창단 이후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이 특별한 무대를 펼친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 일상이 멈추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약 2년. 그 시간을 이겨낸 이들을 위해 21∼23일 사흘간 열리는 이번 공연은 '치유 예술극'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만난 김경숙(59)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 예술감독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2년여간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치유의 감정과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전통적인 나례에 처용 설화를 더했다.

김 감독은 "처용 이야기는 과거 '역신'(疫神)을 물리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지금의 역신은 코로나19니까 그를 소환한 것"이라며 "전통적 요소를 현대에 맞게 적절히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처용과 역신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임금이나 사신이 행차할 때 펼쳤던 행나(行儺)에서는 탈과 붉은 건(巾)을 쓴 채 붉은 치마를 입은 소년이 나타나 채찍을 휘두르며 '역질'(전염병을 의미)을 쫓고, 12지신은 이를 단단히 봉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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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 예술감독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다시 전염병이 발발하면서 역귀를 쫓는 구나(驅儺)가 이뤄진다.

이후 처용이 역질을 물리치자 백성들은 마침내 평안함을 되찾고 신명 나는 춤사위로 축제를 즐긴다.

김 감독은 "'처용'이라는 역사 속 인물이 현대에 와서 역신을 물리치고 힘든 백성을 위해서 공연을 베푼다는 이야기가 뼈대"라며 "우리 문화와 전통 의식을 기분 좋게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사실 처용과 나례를 합친 공연은 흔치 않다. 김 감독으로서도 오랜 기간 고심 끝에 작품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를 상징하는 역질이 두 차례 나오는데 공연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부분에는 처용 설화를 떠올려 역질에 안겼을 때 병이 나타나는 것으로 표현했다. '행나' 이후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때는 역질에 걸린 사람들이 나오는 식으로 다르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남자 무용수가 없는 예술단은 이번 공연에서 젊은 예술가들과 합(合)을 맞추기도 했다.

역질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12지신 캐릭터는 강렬한 이미지와 위용을 더해야 하는 만큼 5명의 객원 남성 무용수들과 함께했고 정가(正歌), 타악기 연주를 추가해 공연의 질감도 풍성하게 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공연을 앞두고 김 감독은 마치 '산고의 고통'을 겪는 것 같다고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단원들과 동작 하나, 음악 하나 완벽하게 맞춰 나가면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민속극장이 120석 규모니깐 사흘간 총 360명의 관객과 만나게 되죠. 예매를 시작한 지 몇 분 안 돼 모든 표가 다 나갔다고 들었는데 더 많은 분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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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나례희' 공연 리허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은 김 감독에게는 예술단 예술감독 '데뷔' 무대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어린 시절 춤에 입문한 뒤 거의 50년간 전통 무용 한길을 걸어온 그에게 새로운 도전은 어땠을까.

"예술감독직을 제안받았을 때 저 자신을 살찌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직접 춤을 추는 것과 예술감독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르지만 그 과정도 좋더라고요."

무형문화재위원회 전통예능분과 전문위원이기도 그는 전통 예술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는 전통을 어떻게 보존하고 이어갈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김 감독은 "무용은 전용 극장도 없을뿐더러 무용계가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 몇 년 전부터 '국립무용원'을 건립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마저 멈춰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무용을 연구하고 전시·공연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K팝, K컬처가 주목받는 것처럼 이제는 K댄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 첫 공연을 선보인 김 감독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번 '처용나례희' 공연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무대를 보완하고 싶다고 했다.

"12월이 되면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생각나듯이 연말에는 '나례' 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외국에서도 K댄스를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연합뉴스

'처용나례희' 공연 리허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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