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건수는 2015년 49만 건에서 2020년 70만 건으로 급증했다. 수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합병증 발병이나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백내장 수술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눈 상태에 따라 단초점·다초점 렌즈의 장단점을 고려해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내장 수술은 망가진 수정체를 깨끗하게 빼내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치료다. 눈의 수정체는 초점을 매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정체가 여러 원인으로 뿌옇게 되는 것이 백내장이다. 한번 망가진 수정체는 회복되지 않으므로 백내장 수술은 효과가 확실한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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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진행 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백내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하진 않는다. 대한안과학회의 ‘백내장 진단 및 치료 지침’에는 ▶백내장이 심하지 않고 ▶시력 저하에 불만이 없으면서 ▶백내장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환자의 경우엔 수술을 연기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는 “백내장 수술 시기는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고 불편함이 없으면 일찍 수술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심한 백내장인데도 한쪽 눈에만 질환이 오면 불편함을 잘 못 느끼는 경우도 있어서 이럴 땐 검진 결과에 따라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에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를 해볼 수 있다. 센트럴서울안과 김균형 원장은 “너무 이른 시기에 백내장 수술을 하면 별로 좋아진 것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안구 건조증이나 야간 빛 번짐 같은 증상 때문에 불편함을 더 느낄 수 있다”며 “반면에 백내장이 아주 심해진 상태에서는 최종 수술 결과도 나빠질 수 있으므로 안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절한 수술 시기를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백내장 수술을 결정했다면 본인의 눈 상태와 생활습관을 고려해 단초점·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다. 단초점 렌즈는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 중 한 거리만 선명하게 보도록 교정한다. 나머지 거리를 잘 보기 위해서는 백내장 수술 후에 안경을 써야 한다. 다초점 렌즈는 가까운 거리부터 중간 거리, 먼 거리까지 초점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안경·돋보기를 덜 쓰거나 안 쓸 수 있다.
다초점 렌즈는 백내장과 노안을 한번에 교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망막 질환이 있거나 망막 질환 고위험군이면 단초점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향후 망막 수술을 받을 때 더 유리하다. 망막 질환에는 황반변성 같은 노인성 질환을 비롯해 당뇨망막병증, 망막 박리, 비문증 등이 있다. 박규형 교수는 “망막 수술 시 다초점 렌즈는 단초점보다 의사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들고 초점·깊이·심도를 왜곡한다”며 “수술 난도가 높아져 황반부 수술 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시력 개선 같은 치료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박 교수는 “안과 수술을 할 땐 눈에 강한 조명을 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을 짧게 해야 치료 결과가 좋다”며 “자칫 광독성으로 눈 안의 세포가 망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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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소문 내는 ‘절판 마케팅’ 주의
본인이 망막 질환 고위험군인지, 아닌지는 안저검사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망막 질환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서 전조 증상으로 미세한 망막 변화가 있다”며 “환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50세 이상부터는 안저 검사로 망막 상태를 점검하고, 망막 변화가 있으면 백내장 수술 시 단초점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병원을 선택할 땐 본인의 백내장 진행 정도와 수술 시 기대효과 등에 대해 제2, 제3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다. ‘올해 몇 월까지 백내장 수술을 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짓 소문으로 환자가 조급하게 수술받게 하는 절판 마케팅도 주의해야 한다. 김균형 원장은 “진료 당일 바로 수술을 권하거나 예약을 대신해 주고 병원까지 굳이 동행해 진료받게 하는 경우는 보험 브로커가 연관된 것일 수 있으므로 의심해 봐야 한다”며 “환자에게 수술을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고 수술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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