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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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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투병 공개한 인기 요리 유튜버 보현 스님의 인생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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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암투병 사실을 알린 보현 스님은 이제 인생 3막은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픈 사람을 위한 음식 만들기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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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볶음, 두부, 그리고 뭇국에는 뭐가 들었나 볼까요?”

지난 7일 한 유튜버가 병상에서 식판에 놓인 음식을 소개했다. “내가 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건 좋네요”라며 호방하게 웃는 영상에 응원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불교 유튜브 채널 중 개인으로 최다 구독자(40만명)를 보유한 ‘요리9단 보현 스님’의 근황이다. 그가 암 수술로 위의 3분의 2를 절제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날이었다.

다음날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보현 스님은 건강 상태를 밝히기까지 꽤나 고심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암에 걸려?’라고 반문한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생로병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을 받아들인 뒤 진솔하게 밝히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적당한 소금기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현대인에게는 치우침이 없는 음식이 보약입니다


2019년 처음 올린 고들빼기김치 영상은 3주간 고작 5명이 시청했지만, 보현 스님은 꾸준히 밭일하고 채소 씻고 반찬 만드는 영상 업로드를 이어갔다. “다년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시행착오 끝에 가장 쉽고 실패 없이 만드는” 법을 터득한 조리법이 주를 이룬다. 현란한 편집이나 감각적인 자막도 없다. 카메라 앵글은 스님의 조리하는 손에 고정되어 있고 BGM은 풍경 소리와 새소리, 조명은 햇빛이나 부엌 등이 고작이다. 구독자들이 스님이 조리 중 들려준 레시피를 정리해서 댓글로 올리는 것도 이 채널만의 묘미다. 스님이 직접 개발한 당면강정, 감자와 밀가루만으로 만드는 ‘감자 도나스’, 콩을 갈아 넣고 비트로 빨간색을 입힌 콩고기를 우엉대에 붙여서 만든 갈비찜 등 고기 없이도 입이 즐거운 레시피가 유독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고 구독자 대다수가 불자는 아니다. 스님은 약 30%가 불자, 나머지 70%는 타 종교 혹은 무교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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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구독자가 애청하는 유튜브 채널 ‘요리9단 보현스님’에는 현란한 편집이나 감각적인 자막도 없다. 카메라 앵글은 스님의 조리하는 손에 고정되어 있고 BGM은 풍경 소리와 새소리, 조명은 햇빛이나 부엌 등이 고작이다.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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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용화미륵암 주지인 스님은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출가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9년 전 마흔일곱에 늦깎이 출가한 스님은 “어린 시절은 아팠고 청년 시절에는 돈 버느라 바빠서 음식 할 시간이 없었다”며 행자 생활 삼아 4년8개월간 식당일을 하면서 밥 보시를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 아닌, 중생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자 대중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며 자신의 음식은 완전한 사찰음식이나 채식이 아니라고도 했다.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와 동물성 음식 재료인 까나리액젓을 쓴다는 이유로 불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유튜브를 접을까 고민할 때,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만나고 싶었다며 90세 어르신이 자녀분과 함께 미륵암을 찾아오셨어요. 온종일 제 채널을 틀어놓고 자기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까지 하실 정도로 열심히 보신다면서요. 그래서 자녀분들이 제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는 아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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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위암 수술을 받은 보현스님은 한 달 간 요양병원에서 몸을 추스른 뒤 경기 남양주시 용화미륵암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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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유튜브 소통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스님은 지난 5월 말 그간 갈고닦은 레시피와 에세이를 담은 책 <요리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중앙북스)을 출간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요양병원에서 회복 기간을 갖는다는 스님은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으로 인생 2막을 살았다면, 앞으로 3막은 몸에 좋은 음식에 관해 공부하면서 아픈 사람을 위한 음식 만들기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보현 스님은 ‘균형’을 강조했다.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만 멀리할 것이 아니라 너무 심심해도 안 된다고 했다. 적당한 소금기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현대인에게는 치우침이 없는 음식이 보약이라고 했다. 초복을 맞아 평소에도 먹었지만, 더욱 ‘격렬하게’ 고단백 고열량 음식을 찾는 이들을 위한 추천 음식을 청했다. 스님은 냉국, 초계탕 토핑, 김밥 속재료로 두루 활용하기 좋은 오이지와 비 오는 날 더 맛있는 들깨알배추전을 추천했다.

보현 스님 추천 초복 웰빙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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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비가 잦은 날 먹기 좋은 들깨알부추전.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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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알배추전

“들깨의 영양분 덕분에 먹었을 때 포만감이 큽니다. 요즘 같은 한여름엔 생채소보다 익혀 먹는 게 좋기도 하고요.”

재료 = 알배추 1통, 부침가루 2컵, 들깻가루 반 컵, 물 5컵,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3인분 기준)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알배추를 1분 내로 데친다.

2. 데친 알배추를 채반에 밭여 물기를 뺀다.

3. 들깻가루와 물을 믹서에 넣고 간다.

4. 부침가루에 ③을 넣어 반죽이 흐를 정도로 묽게 섞는다.

5. 배추에 부침가루를 묻힌 뒤 살살 털어낸다.

6. ⑤에 부침가루 반죽을 한 꺼풀 입혀 기름 두른 팬에 앞뒤로 부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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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하게 담근 오이지. 여름 반찬으로 이만한 게 없다.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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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지

“더운 날 흰밥에 오이지 한 조각이면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옵니다. 레시피 양대로 물엿을 충분히 넣으면 오이의 식감이 오독오독하고 쉬 무르지 않습니다.”

재료 = 오이 10개, 소금 2컵, 물엿 6컵, 소주 1컵

1. 오이에 소금, 물엿, 소주를 붓고 밀폐용기에 넣어 7일간 실온에 둔다.

2. 오이가 노랗게 익으면 냉장고에 보관한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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