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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나는 음악을 작곡하듯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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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파샤드 파르잔키아 `Ghostship` [사진 제공 = Malle Madsen Courtesy the Artist, Farshad Farzan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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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샤드 파르잔키아는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다. 이란 출신으로 덴마크에서 활동하면서 국경을 넘었고, 15년 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2016년 회화작가로 전향했다. 조각, 설치, 판화를 아우르는 것도 그렇다.

2021년 코펜하겐 아르켄 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덴마크의 신성으로 떠오른 1980년생 젊은 작가 파르잔키아가 한국을 찾았다. 이태원의 핫플레이스가 된 구찌(GUCCI) 가옥 아래층에 자리한 파운드리 서울에서 9월 8일까지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다. 13일 만난 작가는 '만개의 눈'이라는 전시 제목을 "노자의 '도덕경'에도 만물(萬物)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한국에도 만(萬)이 무한성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됐다. 무한성과 인간성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을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17점의 신작 및 근작과 25점의 드로잉이 공수된 전시에는 200호가 넘는 대작이 여러 점 걸렸다. 검정, 빨강, 파랑, 핑크의 강렬한 색감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고, 어린아이가 그린 듯 단순한 형태가 다시 마음을 빼앗는다. 영화 포스터와 음반 커버를 디자인하는 작가였지만 아이팟이 생기고 앨범 자켓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회화 작가로 전업했다. 9세에 덴마크로 이주했지만 페르시아 철학자 자라투스트라, 이란 영화가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고국의 문화적 뿌리를 놓치지 않고 흡수해 작품 세계에 접목시킨다. 이번 전시에도 조로아스트교 신화 속 인물을 그린 작품 2점이 걸렸다. 특히 이란의 국민시인 루미의 시어인 '새'는 특별히 작품의 소재로 여러 번 변주된다.

"이란은 침략당한 역사, 아랍어권에 의해 문화가 사라진 경험이 있습니다. 루미는 이란 고유의 문화로 돌아가자고 외친 시인입니다. 제가 매료된 이유는 시적 언어가 굉장히 시각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란 문화에서 새는 자유가 아니라 주체성과 신격화의 상징입니다.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존재죠. 주체성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유화 물감과 오일 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는 재료를 특별히 고르진 않고 규칙도 없다고 털어놨다. "작가들은 흔히 규칙이 있는데 저는 음악을 작곡하듯 자연스럽게 도구나 재료를 선택해 그립니다. 시스템이나 규칙을 떠올리는 순간, 작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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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린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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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를 위한 공간 바이파운드리에서 오세린(35)의 '숲 온도 벙커' 전시도 동시에 열린다. 어두운 전시장에는 수족관의 해초 혹은 보석을 연상시키는 에메랄드빛 조각 18점이 검은 모래 위에 설치됐다. 도자와 3D 프린팅으로 빚은 조각 너머로 어떤 풍경을 상상해야 즐길 수 있는 전시다. 경북 봉화 대현리의 국내 최대 아연공장과 인근에서 열목어가 살아있는 하천의 풍경이다.

서울대에서 동양화·금속공예를 전공한 작가는 "제 작업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이미지보다 서사를 찾는 작업을 먼저 한다"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재료를 찾기 위해 봉화를 방문했던 작가는 그곳에서 아연 광산의 부흥과 쇠락의 과정에 교차하는 낙동강 열목어의 이야기를 접했다. 수 년간 한강 열목어를 이식하는 열성적인 복원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열목어는 방류된 한강 열목어가 아닌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낙동강 열목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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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샤드 파르잔키아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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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개발과 생태 복원, 현실과 환상, 인간의 의지와 욕망 등 모순적인 요소들이 만나 '반전의 이야기'를 만든다. 친환경 플라스틱과 적층식 프린터를 통해 층층히 시간이 쌓인 인공적 느낌을 만들었다. 작가는 "정반대의 이질적 요소가 낯설게 만나 이질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내는 걸 상상했다"라고 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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