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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국악 한마당

"나는 국악계 장돌뱅이, 국악 저변 확대 앞장서겠다"[만났습니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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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인터뷰]

판소리 본고장 전북 남원 출신

전통예술의 힘에 자연스레 빠져들어

국악 대중화 위해 방송 쿼터제 도입 필요

"국악 교육 환경 조성도 중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저는 국악계의 장돌뱅이입니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은 자신이 “국악계의 성골도 진골도 아니”라며 이 같이 소개했다. 국악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시장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처럼 국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데일리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국악방송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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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장은 어릴 때부터 국악과 가까이 살았다. 그의 고향인 전북 남원은 판소리의 본고장이다. 그가 국악과 친해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원은 국악이 널려 있는 도시예요. 어디서나 우리 소리를 들을 수 있죠.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장에 가면 ‘장화홍련’ 등 창극을 많이 보기도 했어요. 대학에서도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탈춤, 민요, 판소리에 관심을 두게 됐고요. 전통문화, 전통예술이 가진 힘에 빠져든 거죠.”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고려대 한국학과 교수로 일하며 국악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써왔다. 특히 판소리 전문가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아 창극 ‘청’ ‘수궁가’ ‘몽유도원도’ 등을 제작했다. 최근에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해설로 참여하며 판소리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방송 출연을 통해서도 국악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 전주MBC, KBS FM 등에서 판소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악방송과도 사장이 되기 전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먼저 인연을 맺었다. 2001년 국악방송 개국 이후 12년간 ‘유영대의 판소리 여행’을 진행했다. 그는 “국악방송과 친분이 깊어 국악방송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장으로 와보니 살림살이 등에서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국악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기 위해선 국악방송만이 아니라 다른 지상파 채널도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칠레의 경우 아옌데 정권 시절 자신들의 전통음악을 방송에서 30% 정도의 비중으로 방송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피노체트 정권이 들어선 뒤 전통음악이 탄압받았고, 그 영향으로 지금도 칠레 방송에서 전통음악을 접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국악이 대중화하려면 지상파 채널에 국악 프로그램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주일에 10% 정도라도 국악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엔 교육부가 음악 교과 과정에서 국악 관련 내용을 배제하려고 해 국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국악인 출신 트롯가수 송가인까지 교육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국악계 움직임에 동참했고, 교육부는 결국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유 사장은 이 사태 또한 국악이 정부로부터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부가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을 빼려고 한 것은 학교에서 국악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 몸속에 있는 국악의 DNA를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오래 전 미리 만들었다면 국악이 지금 같은 대접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악계에는 ‘비(非)가비’라는 말이 있어요. 소리꾼 집안 출신이 아닌 소리꾼을 가리키는 말인데, 인간문화재인 송순섭 선생님이 대표적이죠. 저는 국악 애호가면서 ‘국악 비가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제가 국악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국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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