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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아와 결속 다지기…외교부장 "누구도 우릴 분리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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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동남아 5개국 순방…미국 대중국 포위망 대응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압둘라 말레이시아 국왕
[중국 외교부 제공]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이 강력한 구매력과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자 앞마당 격인 동남아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다.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동남아 5개국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순방 마지막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찾아 압둘라 국왕,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사이푸딘 압둘라 외교장관을 잇따라 만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양국의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왕 부장은 압둘라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21세기는 신흥경제와 개발도상국이 공동으로 진흥하는 세기고, 아시아 문명이 다시 빛을 발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장 규모가 끊임없이 커지고 있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줄 것"이라며 "양국이 단결·협력하고 개방적인 지역주의를 견지하며 어렵게 얻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면을 수호해 함께 인류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 더 큰 공헌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사이푸딘 외교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중국과 아세안은 이 땅에서 수천 년 동안 우호적으로 교류했기 때문에 누구도 우리를 분리할 수 없고, 누구도 우리가 발전하고 진흥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앞서 그는 미얀마에서 열린 제7차 란창강·메콩강 협력(LMC)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경제 융합 심화, 농업협력 확대 등 6대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쁘라윳 태국 총리(오른쪽)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우호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며 미얀마 쿠데타 정권을 사실상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필리핀에서는 농업·인프라·에너지 분야 협력과 함께 양국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남중국해 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끌어냈고, 인도네시아와는 교통 인프라 및 백신 센터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태국 정부는 왕 부장 방문 직후 태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중국까지 연결하는 고속철도 자국 구간 공사를 2028년까지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이 철도 사업은 중국 일대일로의 상징으로, 중국은 태국을 지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까지 연결하는 범아시아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왕 부장의 이번 동남아 5개국 순방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을 발족하는 등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데 맞선 중국 정부의 대응 노력의 일환이다.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나라들을 상대로 구매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차이나 머니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동조 세력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왕 부장은 순방 기간 각국 주요 인사를 만나는 자리마다 자국과 아세안의 교역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과 일대일로 협력을 통한 인프라 건설 사업의 장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지난 3일 순방 첫 일성으로 "중국은 지역에서 아세안의 중심적 지위를 확고히 지지한다"며 "중국은 아세안과 공동으로 노력해 동아시아 협력의 정확한 방향을 확고히 하기를 원한다"고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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