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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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나 장치로 대체할 수 없는 상위 10위 직업 중 지휘자가 포함됐는데 로봇이 과연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 오히려 지휘자의 존재를 열망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 될 겁니다.”(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12일 국립극장이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귀를 쫑긋하게 하는 얘기가 나왔다. 로봇이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는 공연 무대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내년 6월30일)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손잡고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파격적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로봇 지휘자 공연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는 연구원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EveR-6)’가 투입된다. 사람과 꼭 닮은 로봇이다. 연구원은 얼굴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정을 인식,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 지휘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진 지휘자의 움직임을 본따 움직인다. 이동욱 연구원은 “실제 지휘자의 모션을 캡처해 로봇 동작으로 변환할 예정”이라며 “단순히 흉내내는 것을 넘어 정교한 지휘를 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모션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곡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이 다음 시즌 레퍼토리를 공개한 12일 기자간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국립창극단 허종열 예술감독 대행, 이성열 연출,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감독, 이지나 연출,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 이동욱 수석연구원, 김지원 연출.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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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로봇 지휘 공연을 포함해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 등 신작 26편과 기존 레퍼토리 10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1편 합쳐 총 61편을 다음 시즌(올해 8월31일∼내년 6월30일)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강성구 국립극장 운영지원부장은 “우리 사회 다양성을 반영하고 협력과 상생을 통해 국립극장이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새 시즌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 책임자와 주요 공연 연출가 등이 참석했다.
국립창극단 허종열 예술감독 대행은 “올해는 창극단 60주년을 맞는 해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새로운 작품을 최대한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 국극(창극)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린 동명의 웹툰을 창극화한 작품이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를 완성한 남인우와 이자람이 각각 작품 연출과 작창을 맡았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11월18~19일)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내년 6월 8~11일)은 셰익스피어 희곡을 연출가 이성열, 극작가 김은성, 작창가 한승석이 우리 언어와 소리로 각색한다.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으로 호평받은 ‘절창 시리즈’는 ‘절창Ⅲ’(내년 5월6~7일)는 국립창극단 이광복과 밴드 이날치의 보컬 안이호가 꾸민다.
역시 창단 60주년인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단장은 “창작의 정수에 집중하는 작품부터 동시대 관객들과 호흡하는 현대적인 작품, 한 명이 출연하는 작품부터 50명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작품까지 흥겹고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먼저 핀란드 헬싱키 댄스 하우스에서 공연하는 ‘회오리’(9월22~24일)를 시작으로 신작 ‘2022 무용극 호동’(10월27~29일)이 준비된다. 이번 무용극은 한국 무용극의 태동과 발전을 이끈 국립무용단이 오늘날 무용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립무용단원 정소연·송지영·송설이 공동 안무를, 연출가 이지나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계를 중심으로 이름을 날린 이지나 연출은 “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재의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호동이 비극적 죽음을 맞았는데 그 선택이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옳았는지, 호동은 정말 그 선택을 원했는지 등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은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한계를 두지 않는 공연에 관객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바란다”고 했다.
이날 공개한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이 눈에 띈다. 국립극장은 음악극·연극·오케스트라 등 무장애 공연의 장르를 다양화하고 장애예술인이 주·조역으로 나서는 작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공연과정에서도 음성 해설을 제공하고 수어 통역사가 출연 배우와 함께 움직이며 통역한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9월15~18일)는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의 유쾌한 성장담을 그린다.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쌍둥이의 아버지 역을 맡아 무대 위 편견을 허문다. 김지원 연출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공연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의 재기발랄한 성장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연극 ‘틴에이지 딕’(11월17~20일)은 셰익스피어 비극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한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을 한국 초연하는 작품이다. 장애인·소외계층 학생으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2023 함께, 봄’(내년 4월15일)으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한국 신체극 대가’로 불리는 연출가 임도완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연극 ‘우리 읍내’(내년 6월22~25일)에서는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동명 희곡을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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