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투데이가 만난 전문가들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제도 존치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유사투자자문업을 단번에 폐지하면 이들이 음성화될 수 있어 단계적 폐지가 맞다는 입장”이라며 “신규 진입은 막고, 기존 사업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독립금융상품자문업자’ 같은 정식 자문업자로 넘어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희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절충적으로 상위업자는 제도권 내로 편입해 건전한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처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사투자자문업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로, 미국과 일본은 개별 자문을 모두 투자자문업으로 포함시켜 규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향으로만 투자 자문을 할 수 있는데, 영업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성 교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영업 방식이 ARS나 증권 방송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카카오톡, 유튜브로 확장되고 있다”며 “쌍방향 채널을 규제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이 점을 침묵하고 있어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투자자문업의 범위를 넓혀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되는 업자들 중 상당수를 투자자문업으로 끌어들이고 강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천 교수는 “우리나라는 투자자문의 문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자문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건 국제적인 기조를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투자자문업과 관련한 규제망이 이미 촘촘히 마련돼 있어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건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유사투자자문업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고, 소비자 지향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유사투자자문업의 부작용만 보고 무조건 폐지한다면 이들은 음지로 가서 활동할 것”이라며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모범적인 사례를 선정해 보여주는 등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다원화돼 있는 관리·감독 체계 역시 소비자 지향적으로 바꿔나가야 하고, 소비자들의 시민의식 역시 높아져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희활 교수는 “투자자들의 조급함과 과도한 욕심이 뿌리가 된다”며 “건전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지향하고, 모르는 분야에 함부로 투자하지 않는 상식적인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투데이/김예슬 기자 (viajeporlu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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