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분위기는 청약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제주도 올해 분양은 2811가구로 지난 2015년 역대 최고 물량(3484가구)이 공급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분양은 2018년 749가구, 2019년 1498가구, 2020년 997가구, 2021년 933가구 등 1000여 가구 안팎이었다. 약 5년 만에 2000가구 물량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청약경쟁률도 오르고 있다. 더샵 연동포레(11.35 대 1),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단지(20.75 대 1), 연동 한일 베라체 더 퍼스트(14.6 대 1) 등에서 줄줄이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이 나오면서 청약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되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었다. 지난해 제주 사상 역대 최고가 분양 신기록을 세운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가 조기 완판되며 제주 부동산 열기에 본격 불을 지폈다.
제주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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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주에 귀했던 브랜드 단지 위주로 분양이 주목을 받았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제주시에서 분양한 ‘더샵 노형포레’와 ‘더샵 연동포레’가 각각 최고 경쟁률 14.95 대 1, 27.25 대 1을 기록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동안 제주에는 1군 건설사가 지은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제주 부동산 시장이 뜨는 걸 본 대형 건설사들이 적기에 진입하며 가뭄 해소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의 경우 제주에서 최초로 나오는 4베이 아파트라는 점을 내세워 현지 주민의 관심 잡기에 성공했다”며 “기존 아파트 대비 월등하게 우수한 평면과 시설을 본 제주 주민들이 높은 분양가에도 아낌없이 청약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0억5830만원(5층)에 분양권 거래가 이뤄져 분양가 대비 약 20%가 오른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기도 했다. 반년 만에 시세가 약 20% 올랐다. 향후 제주 부동산 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월 교수·연구원 등 전문가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4%가 올해 제주도 아파트 가격과 거래 등 시장이 호황일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역별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100%를 기록해 HUG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서귀포강정골드클래스’ 전용면적 85㎡는 지난 1월 10층이 5억3000만원에 매매돼 작년 4월 같은 평수 같은 층이 4억7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약 1년 새 아파트값이 약 11.6% 올랐다. 서귀포시 중문동 ‘e편한세상중문’ 전용 79㎡는 지난 3월 직전 거래보다 약 13% 오른 4억6890만원에 계약서가 오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주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제주 집값 상승 원인으로 ‘비규제지역’ 이점과 ‘영어 교육·관광 수요 회복’, ‘인프라사업 확대’ 등 3대 변수를 꼽는다. 제주 지역 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국 곳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과 달리 제주는 비규제지역이어서 각종 투자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규제가 없는 곳을 찾는 투자 수요가 제주까지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랜드 아파트 신규분양 인기몰이
6월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제주와 강원만 도내 전 지역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청약자격,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의 영향도 덜하다. 지난해 제주 부동산 매매량 중 약 23%인 1107건이 외지인 거래분인 것은 같은 맥락이다. 비규제지역으로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외지인이 매집한 제주 아파트 매매량은 2020년 788건과 비교해 약 40% 증가했다.
올해도 상황은 여전하다. 6월 12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제주 주택 매매 3263건 중 외지인 매입 건수는 921건으로 약 28.2%를 차지했다. 제주시에서는 2185건 중 440건(20.1%)이 외지인 매입이었고 서귀포시에서는 1078건 중 481건(44.6%)이 외지인이었다.
토지 거래에서도 외지인 매입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주 내 토지 거래량 8607필지 중 외지인은 2890필지(33.6%)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에서는 5584필지 중 1590필지(28.5%), 서귀포에서는 3023필지 중 1300필지(43.0%)가 외지인이 사들인 매물이었다.
제주국제교육도시가 조성된 서귀포시에서는 자녀 통학을 염두에 둔 외지인 매입이 많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서귀포시는 주택과 매매 모두 외지인 매입이 40%를 웃돌며 제주시보다 외지인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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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분양한 제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가 초기분양에 성공한 것도 제주 영어도시 수요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제주 신흥 주거지로 떠오른 구억리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 1층~지상 4층, 11개동 전용면적 84~168㎡ 총 160가구 규모였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4㎡A 68가구 ▲84㎡B 16가구 ▲84㎡C 12가구 ▲102㎡ 36가구 ▲130㎡ 12가구 ▲137㎡ 12가구 ▲168㎡ 4가구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1900만원 후반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대다수 가구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된다.
이 단지는 브랜드 프리미엄과 함께 푸르지오만의 특화설계로 전 타입 4베이 판상형 평면에 오픈 발코니를 적용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제주에도 이제는 브랜드 아파트가 아니면 쳐주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조금씩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늘어나는 외지인 투자 역시 향후 시세 상승 폭이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브랜드 아파트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인근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는 구억리 내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공산이 크다. 향후 영어교육도시에 7개 학교가 모두 설립되면 학생 수만 9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는 영어도시와 직선거리 1.5㎞ 이내에 위치해 학부모 수요가 높다.
이같이 제주 부동산 시세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서울 여의도의 1.4배에 이르는 379만㎡ 규모다.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과 ‘한국국제학교(KIS)’, ‘브랭섬홀 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등 국제학교 네 곳이 밀집한 곳이다. 2014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2021년까지 졸업생의 90% 이상이 세계 100대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하버드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24년까지 영어교육도시에 총 3개의 학교를 더 개교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영국·미국계 학교 2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학교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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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춤했던 제주 관광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김포~제주’를 오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이 30만원 안팎으로 치솟고 렌터카 가격도 천정부지 오르고 있다. 제주 특급 호텔 객실 점유율은 6월 이후 90%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엔 제주를 찾은 내국인만으로 제주 관광객이 역대 최단 기간에 5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제주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내국인 기준 제주 관광객이 502만9872명을 기록해 5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여름휴가철 이후 해외 관광객까지 몰리면 한동안 제주는 훨씬 북적일 것으로 업계는 진단한다. 이 같은 관광 수요 확대가 제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사업 탄력
이런 효과는 경매 시장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경매 시장에 나온 제주도의 한 단독주택이 감정가보다 2배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말 매각된 제주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226.73%를 기록했다.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경매에 나왔지만 감정가의 2배가 넘는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제주 지역의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올해 4월부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까지 제주는 70%대의 낙찰가율을 보였지만 4월에는 95.90%까지 올랐다. 5월에도 88.50%를 기록해 여전히 높다. 높아진 관광 수요가 불러온 훈풍이 경매 시장까지 몰아친 것이다.
제주에는 다양한 개발 호재도 있다. 제주형 혁신 물류단지와 제주 푸드 아일랜드, 글로벌 교육특화도시 조성 등이 진행된다. 그중 대표 주자를 꼽자면 역시 ‘제2공항 건설사업’이다. 지난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여러 변수가 겹쳐 그동안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2공항 재추진을 공언한 바 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제주도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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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시절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을 역설한 원희룡 전 지사가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정부에서는 고단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사업에 본격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지난 5월에는 제주권공항인프라확충 범도민추진협의회와 제주지역경제단체협의회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방문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조속한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58개 단체 연명의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제주 지역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주 2공항 사업은 제주 내 균형 발전 문제 등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치권에서 첨예한 갈등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면서 사업을 진행할지가 관전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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