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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 '이제는 유통기한 아닌 소비기한' 준비 박차…"명칭 우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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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기…우유만 제외

기업들 "극한 상황서도 식품안전 담보돼야"…각종 실험 계획

아시아투데이

7일 충남 천안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에서 뉴케어 제품 생산라인이 가동중이다. /제공=대상라이프사이언스



아시아투데이 이선영 기자 =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사이에 품질이 어떻게 되는지 업체가 확신할 수 없으면 제품을 팔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가혹한 조건을 둔 실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1일부터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게 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식품업계가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6일 오후 충북 진천 CJ 블로썸캠퍼스에서 만난 이지은 CJ제일제당 품질안전담당 상무는 기자들에게 내년 1월1일에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기제 준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기한 표기제는 기존 식품 등에 표시됐던 유통기한(Sell-by date)을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Use-by date)으로 바꿔 표기하는 것으로, 유통기한이 섭취가능 기한으로 오인돼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럽·미국·일본·호주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시행 약 6개월 전 임에도 CJ제일제당과 대상라이프사이언스 등 업계 선두주자들은 이미 소비기한 표시제 준수를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양사는 각각 가정간편식과 메디푸드(특수의료용도식품)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충남 천안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 현장과 충북 진천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는 제품 포장지부터 내용물 생산·충전·포장까지 생산 전 과정이 기계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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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식약처 출입기자들이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 내부 견학에 앞서 ‘에어샤워’를 하고 있다./제공=대상라이프사이언스



제품 이물질 혼입 방지를 위해 출입자들은 입구부터 위생복과 비닐 덧신을 이중으로 신고 손 세척과 좌우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에어샤워’를 해야 했다. 공장 안에서는 제품의 제조 벨트가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바닥에는 단 한 방울의 물도 허용되지 않았다.

현장 안내를 담당한 박용화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생산본부장은 “매일 제조 기기의 내외부를 4~7시간 청소하고 미생물 예방을 위해 물기가 바닥 등에 없도록 매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도 “무균화 프로세스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백미 라인의 경우 매일 2시간, 1주일에 한 번 12시간의 클리닝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 최종 단계에서는 밀봉 후 유리나 철 조각 등 이물이 있는지 엑스레이 전수검사가 진행된다.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대상라이프사이언스 관계자들은 매일 2시간마다 ‘테스트 피스’로 가동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공정과정을 통해 하루에 탄생하는 제품은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의 뉴케어 제품의 경우 하루 40만팩,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의 백미 제품의 경우 하루 90만개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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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식약처 출입기자단이 ‘햇반’이 생산되고 있는 CJ제일제당 진천 블로썸캠퍼스의 스마트 팩토리를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제공=CJ제일제당



각별한 주의 하에 제품이 생산되는 만큼 유효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 포장지 교체는 물론 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엄격한 실험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들은 소비기한 표기제 시행 후에도 한동안 기간 표시에 기존 ‘유통기한’의 기간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 상무는 “소비기한 재설정하는데 유통환경·맛·품질 등 조건이 고려돼야 해 다양한 실험을 설계하고 있다”며 “1월1일자 생산 제품부터 일단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날인이 다르게 찍히게 되며, 실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품별 실제 소비기한을 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향후 4년간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위 20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을 설정해 안내할 계획으로, 올해는 5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통상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된다.

다만 제품의 특성과 보관 방법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기한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제조·가공업자가 제품의 특성과 유통과정을 고려해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소비기한을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줄 방침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오는 12일 ‘소비기한 연구 센터’를 개소한다. 이는 한국식품산업협회 부설 연구원 소속의 센터로서, 영업자들을 위해 소비기한 도입에 따른 권장소비기한 관련 연구를 우선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권오상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제도는 내년에 시행되지만 완전히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소비기한 표기는 업체의 자율책임·부담이지만 정부도 권장소비기한 설정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제에 우유 등 냉장 유통이 중요한 일부 제품은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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