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둔화의 전조 현상이 잇따라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둔화시 우리나라 경제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이날 8.2원 오른 1308.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311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날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렸다. 특히 전날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점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독일은 월간 기준으로 31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독일 통일 이후 1991년부터 이어진 연속 무역흑자 행진이 깨진 것이다. 이날 유로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내린 1.0281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밤사이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채권금리를 추월하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이 소식이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심리를 강화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밀어붙이는 재료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5.5bp(bp=0.01%) 수준까지 축소됐다. 경기 둔화 우려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로 국제유가도 2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5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물 가격은 8.23% 급락한 배럴당 99.50 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 것은 5월10일(99.76 달러) 이후 두달여 만이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9월물 브렌트유도 9.45% 내린 배럴당 112.77 달러에서 거래를 마치며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계 은행 씨티그룹은 "역사적으로 원유 수요는 최악의 경기침체 때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경기침체 국면에서 국제유가는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춰잡았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대비 0.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세가 2주 이상 유지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상품 수요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도 악화돼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사진은 18일 서울 한 주유소의 모습. 2022.3.18/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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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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