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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확진자 규모 증가세 전환 명확”… 당국, 전국민 4차 백신 접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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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1만9371명… 42일 만에 최다

美 10만·伊 13만·佛 20만명 넘어

WHO “110개국서 재확산” 경고

尹정부 ‘과학방역’ 시험대

전국 해수욕장·지역축제 재개

본격 피서철 활동량 폭증 예상

오미크론 하위변이 검출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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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의료진에게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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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방역조치가 대부분 해제된 상황에서 기존 면역을 피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무서운 여름’이 현실화하고 있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9371명이다. 지난 5월 25일(2만3945명) 이후 42일 만에 가장 많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1만455명)과 비교하면 1.85배 증가한 수치다.

국내 감염은 활동량이 많은 10대와 20대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10대가 12.3%, 20대가 22.2%를 차지한다. 입국자 격리면제와 국제선 항공편 증설 이후 출입국자가 늘면서 해외유입 확진자도 급증했다. 이날 해외유입 확진자는 224명으로 1월31일(230명) 이후 가장 많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감소세였던 확진자 발생 규모가 증가세로 전환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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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코로나19 검사센터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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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만5754명을 기록해 2주 전보다 10% 늘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검사소가 문을 닫고, 확진자도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5일 석달 만에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프랑스 보건부는 24시간 동안 20만6554명이 새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도 신규 확진자 13만227명이 발생해 2월8일 이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

일본에서도 감염자 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며 7차 유행의 경고음이 울린다. 5일 신규감염자는 3만6189명을 기록해 5월26일(3만1008명)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3만명을 웃돌았다. 도쿄의 신규 감염자는 5302명으로, 5000명을 넘은 것은 4월28일(5392명)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확진자 수는 미미해도 재확산 조짐이 일부 보이자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꺼내 들었다. 중국 매체 펑파이 등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시는 5일 집단감염 사례 33건이 발생하자 이날부터 7일까지 사흘간 11개구 주민을 대상으로 두 차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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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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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陝西)성 시안(西安)도 2∼5일 신규감염자 29명이 나오자 6일부터 일주일간 식당영업을 금지하는 등 준봉쇄 수준의 고강도 방역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1일 일상복귀를 선언한 태국도 재확산하는 양상이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상당수 국가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나 확진자 격리 의무 등을 해제하면서 접촉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세부계통인 BA.4와 BA.5가 코로나19 확산을 이끌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110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며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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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들로 속초 해수욕장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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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저하·변이확산 속 하필 휴가철… “9월 하루 15만명 확진”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 지역 해수욕장이 문을 열고 축제도 잇따라 재개하며 3년 만에 일상을 회복하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접촉 빈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전파력이 빠른 바이러스가 면역도가 낮아진 사람들 사이에서 번지는 최악의 조건이다. ‘과학방역’을 표방한 윤석열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 속에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 유행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일상 회복 가운데 코로나19 증가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유행 확산 요인은 크게 △활동량 증가 △오미크론 변이 세부계통 BA.5 확산 △면역력 감소 세 가지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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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9,371명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6일 서울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07.06/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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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찍은 이후 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실외마스크 해제 등 방역 조치는 완화됐다. 회식과 모임, 여행이 늘면서 이동량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본격 여름 휴가철이 되면 이동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들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전면 개장에 나섰다. 강원도의 경우 강릉시와 삼척시, 양양군 등 동해안 일대 80여개 해수욕장이 8일 강릉 경포대를 시작으로 공식 개장한다. 경북과 접하고 있는 삼척시의 경우 13일부터 40일 동안 삼척·맹방·증산·부남 등 9개 해수욕장이 피서객을 맞이한다. 부산은 7개 해수욕장이 모두 문을 연 상태다. 지난달 일찌감치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이 개장했고, 이달 들어서는 광안리·다대포해수욕장 등 5개 해수욕장이 차례로 문을 연다. 중문해수욕장 등 제주 지역의 12개 지정 해수욕장들에도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축제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경포 맥주축제와 망상해수욕장 힙합 페스티벌이 예정돼 있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이달부터 10월까지 ‘2022 강원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버스킹’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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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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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BA.5가 번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BA.5 국내 검출률은 지난주 28.2%로, 일주일 새 2.7배 증가했다. 같은 속도로 확산한다면 곧 BA.2를 밀어내고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BA.5는 BA.2와 비교해 전파속도가 35.1% 빠르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 3차 백신과 확진으로 높아졌던 사람들의 면역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면역의 지속기간은 3∼6개월 정도다. 3차 접종자 중 돌파 감염된 사례는 26.8%에 이르고, 재감염 사례는 지난달 5일 기준 6만8000여명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8월 중순이나 9월 초까지가 최정점 구간이 될 수 있다”며 “하루 확진자 수는 오미크론 대유행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5만명까지는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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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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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과학방역’ 어떻게

관심은 윤석열정부가 맞이한 첫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어떤 방역정책을 쓸 것인지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중증·사망자 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고, 의료대응체계 여력이 있어 현재로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입국제한 등 방역 강화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해도 문재인정부에서처럼 특정 업종 영업시간 제한 등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거리두기 방역 효과 분석을 통해 생활방역대응 매뉴얼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당분간은 백신과 치료제가 주 무기가 된다. 방역 당국은 전국민 4차 접종을 고심 중이다. 현재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종사자가 대상인데, 50대 이하 일반 국민도 추가 접종을 통한 면역 보강이 필요한지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있다.

다만, 여러 차례 백신 접종으로 쌓인 피로감은 전국민 4차 접종 결심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개량된 백신이 재유행 전 공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화이자는 BA.4와 BA.5를 겨냥한 백신을 오는 10월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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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동 음압병실.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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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산모 확진자 즉시 입원… 특수병상 784개 확보

예상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유행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도 재유행에 대비해 의료체계 정비에 나섰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6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병상 확보, 방역 점검 강화를 통해 의료와 방역 대응체계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거점전담병원의 특수치료 병상과 일반병상 규모를 유지한다. 특수병상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 권역 내 특수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운영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소아·산모 등 특수 응급환자는 별도의 병상 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 4일 기준 투석 병상 288개, 분만 병상 250개, 소아 병상 246개 등 총 784개 특수병상이 확보됐다. 앞서 오미크론 대유행 때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와 소아, 투석 환자 등이 입원 병상을 찾지 못해 자택에 방치되거나 병원을 찾는 도중에 숨진 사례들이 많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코로나19 응급실 운영 체계도 점검한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일 없이 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감염병 유행 시 응급실 운영 권고안’을 이달 내 개정한다. 읍압격리병상이 모두 차면 일반격리병상에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오미크론 유행 이전에는 중증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응급실 일부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코로나 환자의 응급실 수요 대응에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다수 코로나19 환자들은 동네 병·의원 등 일반의료체계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전국 호흡기환자진료센터 중 진료와 검사, 처방, 대면치료가 모두 가능한 ‘원스톱 진료기관’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6277개로, 정부는 1만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코로나19 환자 입원치료를 위한 병상은 권역별 공동활용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병상은 총 5711개다.

이진경·이종민 기자, 워싱턴·도쿄·베이징=박영준·강구열·이귀전 특파원, 강릉·안동·제주=박명원·배소영·임성준 기자,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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