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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음식 가격에... 다시 편의점으로 내몰리는 결식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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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꿈나무카드 한끼 7000원 지원
8000원 넘는 음식값에 편의점에 기대
지자체 형편 따라 지원단가도 들쭉날쭉
"국가보조사업으로 전환해 편차 줄여야"

# 서울 강북구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초등생 이모(11)양은 매일 저녁식사 비용을 ‘꿈나무카드’로 결제한다. 꿈나무카드는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ㆍ청소년에게 제공되는 급식카드다.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꾸리는 할머니는 오후 8시가 넘어야 집에 온다. 요즘 이양의 단골 저녁 메뉴는 편의점 소시지빵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이다. 얼마 전까지 자주 찾던 집 근처 식당은 이제 갈 수 없다. 어지간한 음식 가격이 8,000원을 넘는데, 꿈나무카드 한 끼 한도는 7,000원인 탓이다. 할머니 박모(74)씨는 6일 “매일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걸 볼 때마다 안쓰럽다”고 가슴 아파했다.

최근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결식아동이 늘고 있다. 서울시가 꿈나무카드 지원단가를 한끼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한 게 지난해 7월. 그로부터 1년 사이 우크라이나발(發) 충격에 따른 원유ㆍ곡물가격 상승은 김치찌개, 갈비탕 등 외식물가도 밀어 올렸다. 고물가의 직격탄을 저소득층 아이들이 맞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식아동의 영양불균형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속히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꿈나무카드로 한끼 해결도 못해요"

한국일보

4일 서울 강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분식집 메뉴판. 거의 모든 음식값을 올린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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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4, 5일 점심 시간대(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서울 강북ㆍ금천구 일대 식당의 음식 가격을 조사했다. 강북ㆍ금천구는 결식아동률(구별 18세 미만 아동 대비 결식 비율)이 각각 4.1%, 3.1%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먼저 강북구의 경우 결식아동 비율이 가장 높은 동에 위치한 A초등학교 반경 500m 내 일반음식점(제과점ㆍ편의점ㆍ패스트푸드점 제외) 30곳을 조사한 결과, 7,000원 이하 식사가 가능한 가게는 8곳(26.7%)에 불과했다. 한 분식점 사장은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식당이라 (가격 안 올리고) 버텨보려 했지만 재료 값이 너무 뛰어 어쩔 수 없었다”면서 “그래도 5,000원짜리 김치볶음밥 가격은 최대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식당은 최근 뚝배기불고기(7,500원), 치즈돈까스(8,000원) 가격을 1,500원씩 인상했다. 근처 한식집 사장도 “3주 전만 해도 돼지불백이 6,000원이었는데 재료ㆍ인건비 부담에 2,000원 올렸다”며 “아이들이 안 올까 봐 걱정은 되지만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국일보

서울 외식물가 가격 증가액.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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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결식아동률이 높은 동에 있는 B초등학교 반경 500m 내 음식점 30곳 중 7,000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13곳(43.3%)이었다. 그나마도 7,000원 이하 메뉴는 대부분 중식당의 자장면과 볶음밥, 국수류였다. 한 한식집 사장은 “가격을 올리니까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 다들 편의점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인근 편의점 4곳을 둘러보니 “꿈나무카드를 들고 오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급식지원도 '빈부' 뚜렷… 종로구 9000원>강북구 7000원

한국일보

5일 서울 금천구의 한 분식집 벽면에 흰색 종이로 가격을 고친 차림표가 붙어 있다. 사장은 열무 한 단이 할인가 1,500원이던 게 지금은 8,000원까지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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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격 자체가 오른 것도 문제지만 기초자치단체마다 급식단가에 차이가 나는 점도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지방이양 사업이라 국비 지원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8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한 차례 권고단가만 제시할 뿐이다.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단가가 들쭉날쭉하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서울의 경우 재정 형편이 넉넉한 서초ㆍ종로구(9,000원), 강남ㆍ용산구(8,000원)를 뺀 나머지 21개 구는 복지부 권고 마지노선인 7,000원을 겨우 맞추고 있다. 21개구의 결식아동은 1만5,304명으로 서울 전체(1만6,987명)의 90.1%를 차지한다. 결식아동이 많은 곳은 단가가 낮고 적은 곳은 반대로 높은,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강원 고성, 경남 창원, 경남 진주 등은 정부 권고단가에도 못 미치는 6,000원이다.
한국일보

아동급식 권고단가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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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과 간편식이 손쉬운 선택이 되면 당연히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혜연 한국식품영양학회 학술이사는 “편의점 식품은 나트륨 함량은 높고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은 낮아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렵다”며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 골밀도 발달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는 있다. 급한 대로 꿈나무카드 지원단가 8,000원 인상에 필요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동 전문가들은 지자체에 맡기기보다 ‘국가 보육’ 관점에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부모뿐 아니라 사회도 아이를 키우는 주체”라며 “의식주에 관한 복지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해 지역별 편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 역시 “정부가 나서 결식아동 급식지원단가의 최저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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