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가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강타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연 최저점을 또 경신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은 가운데 원화값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계 소비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300.3원) 대비 6원 하락한 1306.3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값은 지난달 24일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 아래로 떨어진 뒤 이날 연 저점을 다시 경신했다. 그동안 원화값 1300원이 외환당국의 암묵적인 방어선으로 시장에서 인식돼온 만큼 1300원이 깨지면서 당국의 방어선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은 유럽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주목했다.
러시아가 11일부터 독일에 대한 가스관 운송 중단을 예고하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3국의 국영 항공사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럽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02달러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이 가운데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되며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현지시간)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792%로 10년물 미국 국채금리 2.789%를 역전했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달러화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며 정부가 환율 안정화를 위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불안을 감안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원화값이 하락함에 따라 수입 물가가 높아지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금통위원들도 금리를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장중 한때 국고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연출됐다.
2년물 금리는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며 오전 11시 50분께 이후 10년물 금리를 잠깐 웃돌았다. 지난해 3월 처음 발행된 2년물 금리가 10년물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11시 49분께부터 3.303%까지 떨어지며 2년물 금리(3.315%)를 하회했다가 오후 들어 2년물 하락폭이 커지면서 다시 10년물 금리가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여서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는 떨어진다.
[김유신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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