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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이준석을 덮친 ‘성공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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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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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31일 36세의 젊은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자 세상은 깜짝 놀랐다. 모두 다 어림도 없는 도전이라고 비웃었으니,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했다. 이준석을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비난하는 무리수까지 나왔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굳이 히틀러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만큼 당혹스럽고 두렵다는 뜻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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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당시 민주당 원로인 전 국회 사무총장 유인태는 “이준석 돌풍을 정치권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특히 민주당 쪽 사람들은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더라”며 “이준석이 되면 내년 대선 끝난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그는 “젊은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방송이나 매체에 나와서 상식에 근거한 얘기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늙은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벗을 것으로 봤다.

약 열흘 후인 6월11일 이준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43.82%를 득표해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유인태의 예측도 맞아떨어졌다. 우여곡절은 있었을망정 이준석 대표 체제하의 국민의힘은 3·9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이준석은 이 두 승리의 1등공신으로 추앙받아 마땅할 터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는 현재 최악의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된 걸까?

2021년 11월29일을 기억하시는가? 그날 밤 이준석은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짧은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윤석열 캠프와의 갈등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선을 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그래도 되는 건가? 누구의 담력, 아니 광기가 더 강한가를 겨루는 ‘치킨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에선 잃을 게 더 많은 사람이 지게 돼 있다. 나흘 만인 12월3일 저녁 윤석열은 울산에서 이준석과의 전격적인 회동을 통해 그간의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치킨 게임은 일단 종식되었다.

당 안팎서 등 돌리는 사람들 늘어

그러나 “반창고로 땜빵한 불안한 봉합”이라는 민주당의 평가처럼, ‘울산 회동’ 18일 만인 12월21일 땜빵한 반창고가 풀리고 말았다. 이날 이준석은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최고위원 조수진의 ‘항명’에 따른 것이었지만, 심층적으론 윤석열과의 갈등이 다시 폭발한 것이었다. 16일 만인 2022년 1월6일 밤 윤석열과 이준석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일이 또 벌어졌지만, 이 또한 “반창고로 땜빵한 불안한 봉합”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했다.

약 40일간에 걸쳐 어린아이들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승리했고,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물론 문재인 정권의 실정 덕분이었다. 이 두 승리는 “반창고로 땜빵한 불안한 봉합”의 해체를 의미했다. 앞으로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까지는 21개월이 남았는데, 이젠 선거 때문에 어떻게 해서건 화해를 하는 척하는 제스처를 보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며칠 후인 6월6일부터 20여일간 우리 국민들은 친윤 정치인들과 말과 글로 싸우는 이준석의 원맨쇼를 질리도록 원없이 구경해야 했다. 사람들은 싸움 구경을 즐기면서도 내심 “저게 집권여당의 수준인가?”라는 의아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런 싸움의 와중에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대상으로 삼은 이준석의 ‘성 접대 및 증거인멸’ 의혹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국민의힘은 갈등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갔다. 이는 대통령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데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6월20~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46.6%)가 부정 평가(47.7%)보다 낮은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는 윤석열의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6월24~2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47.4%)가 긍정 평가(46.8%)를 앞섰다. 또 미디어토마토가 6월28~2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4.5%의 지지율로 국민의힘(41.9%)을 누르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역전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월7일 이준석을 출석시켜 ‘성 접대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소명을 듣기로 했다. 이후 어떤 징계를 내리느냐에 따라 이준석의 정치적 운명이 큰 영향을 받게 돼 있는데,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 안팎에서 이준석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선 이준석에 대한 윤리위 징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3.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경찰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25.6%, ‘징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7.7%였다. 2030세대마저 이준석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보였다. 20대의 경우 징계 찬성 45.7%(수사결과 뒤 30.3%, 반대 22.3%), 30대에선 징계 찬성이 54.8%(수사결과 뒤 28.4%, 반대 14.9%)로 나왔다.

한겨레 선임기자 성한용은 <“이준석 진짜 가만두면 안 된다”…토사구팽 뒤 ‘윤핵관 시대’ 올까>(7월2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월7일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준석 대표에게 점점 더 등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일부 의원들의 강한 반감을 소개했다. “의원들한테 물어봐라. 이준석 좋다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조용히 하고 있는 게 7월7일 윤리위가 있으니까 참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은 본인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적으로 몰아붙여 공격하고 있다.”

새 모습으로 정치 여정 지속 기대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도대체 왜들 그렇게 싸운 걸까? 나는 이 싸움의 자세한 내막이나 전망에 대해 말할 자격이나 능력은 없는 사람이다.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건 대선·지방선거의 1등공신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강한 반감의 대상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여론은 토사구팽의 피해자에게 호의적이기 마련인데, 이준석의 경우엔 그것도 아니잖은가.

나는 이게 성공의 이유가 곧 실패의 이유가 되는 ‘성공의 저주’가 아닌가 싶다. 말로 성공했던 그가 말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은 한때 “곰팡내 나고 숨 막히던 보수 정당에 청량한 바람을 몰고 온, 말 그대로 풍운아였다”(조선일보 논설주간 김창균)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준석이 대표를 맡기 전 국민의힘의 이미지는 어떠했던가? 키워드 몇 개로 표시하자면, 곰팡내, 늙은 꼰대, 보수꼴통, 서열복종 등이었다. 이준석은 영특한 동시에 발칙했다. ‘싸가지’가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이자 매력이 되었다. 젊은 세대가 환호하면서 국민의힘을 다시 보았고, 이게 두 번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다.

나는 성공을 거둔 후에 상황이 달라지면 이준석의 전략·전술도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반대편 정당과 정치인을 향해 퍼붓던 독설과 조롱을 자기 정당의 정치인을 향해서도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 점에서 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정했다. 선거운동을 위해 끊임없이 미디어를 접촉하고 SNS를 활용하는 놀라운 부지런함도 선거 후엔 좀 달라질 줄 알았건만 그는 시종일관 변함없는 ‘다변(多辯)의 화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잊지 않고 그걸 계속 밀고나가겠다는 결심을 굳게 한 것처럼 보였다.

이준석은 혼자가 아니며 혼자여서도 안 된다. 그는 신선한 세대교체 바람을 상징하고 구현한 인물이었다. 그는 역대 모든 보수 정치인들 중 호남을 끌어안기 위해 가장 진정성 있게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었다. 이는 당과 당파성을 떠나 인정하고 긍정할 점이었다. 그에게 정치적으로 최악의 결과가 닥친다 해도 시간의 문제일 뿐 달라질 건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대선 5일 전 유세에서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고 했다. 나이 60이 다 돼 가는 분도 그럴진대 이준석의 경우엔 더 말해 무엇하랴. 나는 그가 자신을 덮친 ‘성공의 저주’를 뚫고 새롭게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의 정치적 여정을 계속해 나가길 기대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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