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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서울 사람만 구제?...회생법원 '주식·코인 탕감'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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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변제액에서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 제외"

서울 거주자나 서울 직장인만 서울회생법원에 신청 가능

"지방 차별인가"...지방 채무자들 '서울 거주자 특혜' 호소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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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변제액에서 주식이나 코인 투자 손실금(손해 본 돈)은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서울 채무자'에게만 적용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에서 회생신청을 하려는 채무자들은 '서울 거주자 특혜'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제408호를 제정하고 이달 1일부터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은 제외하기로 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빠른 복귀를 위한 것이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주식, 코인과 같은 사행성 채무는 탕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에 실패한 것은 채무자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에서는 대부분 전액 변제이거나 최소 70% 이상 변제율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 형태나 법원, 회생위원회 성향에 따라서 변제율이 낮게 나오기도 했다.

가령 주식이나 코인에 1억원을 투자하고 700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가정하면, 계좌에 남아 있는 주식이나 코인의 평가금액은 3000만원이 된다. 기존에는 3000만원은 당연히 청산가치에 반영되고 손해 본 7000만원까지도 청산가치에 반영하라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투자 금액 1억원 전부가 청산가치에 반영되면 채무자는 1억원을 전액 갚아야 했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은 이달부터 손해 본 돈인 '투자 손실금'은 제외하고 '남은 투자금'만 청산가치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억원을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고 7000만원을 잃었다면 남은 투자금 3000만원만 청산가치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뛰어든 채무자들이 투자 실패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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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청년층의 부채에 대한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고, 개인회생 신청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건수는 2019년 1만307건에서 2020년 1만1108건, 지난해 1만1907건으로 매년 평균 800건씩 증가했다.
주식·코인 투자 실패했다면 '서울 사람'만 '탕감'

문제는 서울지역 거주자이거나 서울에 직장을 둔 채무자만 투자 손실금 제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마련한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408호'는 '서울회생법원'에만 적용된다. 누구든 서울회생법원에 사건을 접수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울 거주자가 아닌 경우에는 접수 자체가 안 되거나 사건이 거주지 관할지역 법원으로 이송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3조는 '재판 관할'로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 △채무자의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곳 또는 채무자가 계속해 근무하는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곳 등을 적시하고 있다. 보통재판적은 주로 주소지가 해당된다.

법원은 서울 거주자가 아니면서 위장전입을 한 건 아닌지,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신청을 하기 위한 의도를 갖고 이사를 한 건 아닌지 등도 철저히 확인한다. 이른바 '법원 쇼핑'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박시형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변호사회 부회장은 "법원은 서울에서 회생신청을 하고 싶어서 위장전입을 했는지 회생신청을 앞두고 이사했는지 등도 조사한다"며 "지속적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직장까지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실제 거주지를 속여서 서울이 아닌 게 밝혀지면 법원은 사건을 이송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이 전국 관할이 아니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서울회생법원이 실무적으로 앞서 나가는 건 있지만 당장은 각 지방법원에서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 차별"...지방 채무자들 '서울 거주자 특혜' 호소

서울회생법원은 지방 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무자 친화적'이라고 회생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서울회생법원의 분위기에 따라 마련된 주식이나 코인 투자 손실금 탕감 제도를 서울 거주자나 서울에 직장을 둔 채무자만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에 사무실을 둔 이서영 회생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파트)는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이 다른 지방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식·코인 채무자는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고 다른 지역이라고 고통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 서울에 있는 분들만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방향이나 정책이 서울이나 지방 할 것 없이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무자 친화적인 서울회생법원과 달리 지방 법원은 회생전문 법원이 없는 데다 회생 사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판사가 없어 채무자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된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지방에 있는 사람도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했는데 기준이 없다. 통일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회생법원만 전문 판사들이 판결하고 나머지는 전문 판사가 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전문성 차이가 상당히 있다"며 "그래서 오히려 법원행정처에서 어떤 기준을 만들고 전국적인 통일성을 기하지 않으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산 전문 이은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로)도 "가상화폐의 급등락에 의해 불운한 채무자가 대거 발생한 이 시점에 그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인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며 "현재 각급지방법원에는 전문법원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회생파산부가 별도로 존재하므로 이 같은 공익을 위한 실무례의 개선사항은 법원간 충분한 공조를 통해 전 국민이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장한지 기자 hanzy020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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