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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센터장에게 묻는다] ③“나스닥 9000선까지 추락할 수도...돈 잘 버는 성장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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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사랑한 테슬라와 ‘FF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모두 연초 대비 25% 이상 떨어졌다. 금리인상 충격에 미국 증시는 빅테크주 중심으로 속절없이 고꾸라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성장주 수난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한 이익을 증명한 기업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분석한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1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미국 증시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8개 리서치센터에서 하반기 나스닥지수 예상 전망치를 제시했다.

나스닥지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빅테크 기업들이 주로 편입됐다. 최저 9000포인트까지 열려있다는 의견과 최고 1만4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K증권·메리츠증권이 가장 우호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반면 IBK투자증권은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를 내놓았다. 8개 증권사가 제시한 나스닥지수의 하단 평균은 1만106.25포인트, 상단 평균은 1만3131.25포인트로 집계됐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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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지수 최소 9000선까지 열려...”하반기 성장주 조정 이어질 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이어 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계속돼 성장주 고난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비관적으로 분석한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나스닥지수 예상 범위를 9000~12000선으로 제시했다. 현재보다 18%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승훈 센터장은 “성장주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정점 후 금리가 인하할 가능성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고 우려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지수 전망 대신 “독점적 지위를 갖지 못한 기업은 미국 성장주라고 해도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금리 인상이 특히 성장주에 치명적인 이유는 ‘할인율’ 때문이다. 성장주 밸류에이션은 미래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산정한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 폭이 커져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미국은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여 성장주 밸류에이션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며 “과거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core PCE) 5%대에서는 S&P500 실러(Shiller)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기준 10배 후반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그보다 20% 이상 밸류에이션이 높아 성장주 조정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 빅테크 기업 간 경쟁 심화도 기술주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술주는 달러 강세에 따라 실적에 타격받을 수 있다”며 “산업 내 시장점유율을 충분히 확보한 기업의 경우,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밸류에이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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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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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매수 기회? 성장주 내 옥석 가리기 필요”

넷플릭스 주가는 연초 대비 70% 폭락했고, 메타와 테슬라는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20% 정도 떨어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실제 이익이 나는 기업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중론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 중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대형 기술주의 주가는 다른 성장주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며 “대형 기술주는 매출, 수요층이 안정적인 업종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선별적 투자를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하반기 나스닥 예상지수 1만500~1만3250포인트를 예상하며 “밸류에이션 조정이 대부분 진행된 점을 감안했을 때 이익 모멘텀 위주 업종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며 “금융 여건이 완화하면, 성장주 업종 중심으로 순환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한 주식 역시 성장주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 4번 중 3번은 테크주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는데, 당시 테크주들의 순이익이 전체 비중에서 가장 컸다”며 “며 “기타 섹터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보인 점도 주가의 본질인 기업 실적에 주목했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리서치투자증권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완화로 성장주가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긴축 사이클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성장주 중에서도 재무 구조와 수익성이 우량한 종목, 즉 퀄리티가 우수한 종목이 우세할 전망이다”고 의견을 더했다.

최근 주가 하락을 매수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마진과 현금창출력으로 무장한 빅테크는 상반기 급락을 통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으로 회귀했다”며 “하반기 점진적인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하반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통과) 시 그동안 하락했던 성장주의 밸류에이션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 가나다순).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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