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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장마철 부산 쪽방촌 가보니…폭염·폭우·고물가에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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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매축지마을 들어서자 곰팡내…선풍기 한 대로 고군분투

집에 화장실 없어 폭우엔 요강…"최대 36도, 지원·관심 필요"

뉴스1

1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 모습.2022.7.1/© 뉴스1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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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장마에 더해 치솟은 물가로 부산 쪽방촌 주민들의 올해 여름은 더욱 가혹하다.

1일 낮 12시쯤 부산 동구 범일동 쪽방촌인 매축지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바람이 통하지 않아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이날 부산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기록했다.

골목 바닥에는 그동안 내린 비에 구정물이 고여있고, 장맛비에 오랫동안 말리지 못한 빨랫감들이 골목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한 평도 안 되는 쪽방 5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평균 연령 60~70대 주민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골목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84)는 "올해는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아 별 피해는 없었지만, 평년엔 하수구가 넘쳐 물이 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습기 때문에 종일 꿉꿉해도 에어컨이 없어 부채 2개와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몇 해 전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비가 오면 유독 더 쑤셔서 눕지도 못하고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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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 한 주민의 집 방바닥이 곰팡이로 인해 검게 물든 모습.2022.7.1/© 뉴스1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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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 마주친 한 주민의 안내로 그의 집에 들어섰다. 방바닥은 곰팡이로 인해 검게 물들었고, 장판은 습기에 누렇게 변색해 있었다.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발견된 것은 요강이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 쪽방에는 화장실이 별도로 없다. 용변을 보기 위해서는 마을 입구와 끝에 위치한 2곳의 공중화장실이나 도시지하철도 화장실까지 가는 번거로움이 있다.

집중 호우가 내리는 날에는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안전 문제에 집 안에서 소변을 해결한다. 그렇다 보니 집 안에는 악취가 들끓는다.

주민 이모씨(70대)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요강을 사용해야 한다. 냄새가 역해 수시로 락스를 이용해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끼니를 거듭할수록 반찬 가짓수도 줄고 있다.

김모씨(66)는 "당뇨와 고지혈증, 성인병 등이 있어 아무 음식이나 해먹으면 안되는데, 물가가 비싸다 보니 요즘에는 아예 식재료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행동하는의사회 부산지부 주미영 실장은 "한여름 쪽방의 평균 온도는 34~36도에 달하지만 대부분 가정에는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 선풍기마저 오래돼 전기합선 등으로 화재 우려가 있다"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여러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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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 모습.2022.7.1/© 뉴스1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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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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