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손민수 "산에서 피아노와 살고 싶다고…이미 '도사'"
[앵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되어 돌아온 열여덟 살 임윤찬은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옛날 음악가들처럼 악보와 자기 자신 사이에서 음악을 찾고 싶단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윤찬, 바흐에서 스크랴빈의 곡으로 넘어가는 순간 선뜻 건반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악보를 잊은 건 아닌지 지켜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든 90초의 침묵으로 두 작곡가 사이 153년의 간극을 뛰어넘었습니다.
[임윤찬/피아니스트 : 바흐에서 영혼을 바치는 느낌으로 연주했기 때문에, 고귀한 음악을 연주하고서 스크랴빈으로 바로 넘어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시간을 줬던 것이고.]
이렇게 위대한 음악가들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한 젊은 천재는 콩쿠르 우승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윤찬/피아니스트 : 여태까지 피아노만 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겁니다. 콩쿠르를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무대마다 세상은 들썩여 결선 라흐마니노프 연주는 354만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자신의 연주는 두 번 듣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임윤찬/피아니스트 : 유튜브나 구글 이런 거 다 지워서. 콩쿠르 기간에는 제 연주 하나도 안 들었고. 지금도 제 연주를 제대로 안 들어서…]
오늘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러시아 스크랴빈의 곡을 연주했습니다.
12살부터 가르쳐 온 스승은 이런 차분한 모습에 안도했는데…
[손민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바로 임박한 연주를 앞두고 있는데도 왼손만 차분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아노 도사'가 된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손민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살고 싶다고.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피아노 안에서는 도사가 된 것 같고요.]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출판사별로 챙겨 읽을 만큼 모든 연주에 진심인데, 앞으로도 음악 외의 것에 흔들리지 않고 음악과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임윤찬/피아니스트 : (옛 음악가들은) 단지 악보와 자기 자신의 사이에서 음악을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연주자를 지키기 위해, 스승은 클래식에 꾸준히 관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합니다.
[손민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놀라운 소식을 통해서 많은 주목이 일어났다가 또 금방 파도가 사라지듯이 휩쓸려 가버리는, 물거품 돼버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화면제공 : 금호문화재단)
(영상그래픽 : 최민영)
이선화 기자 , 손준수, 박수민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되어 돌아온 열여덟 살 임윤찬은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옛날 음악가들처럼 악보와 자기 자신 사이에서 음악을 찾고 싶단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윤찬, 바흐에서 스크랴빈의 곡으로 넘어가는 순간 선뜻 건반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악보를 잊은 건 아닌지 지켜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든 90초의 침묵으로 두 작곡가 사이 153년의 간극을 뛰어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