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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정상회의가 남긴 것...설 자리 좁아진 중립·균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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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3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대 중·러’로 빠르게 재편 중인 세계 질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나토는 새 전략개념에서 중국의 구조적 위협을 처음으로 언급했고, 군사 비동맹 노선을 유지해온 핀란드와 스웨덴을 품에 안았다. 냉전기 태동한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가 소위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적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민하게 재정비를 마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흐름이 인도·태평양을 넘어 대서양까지 확장되면서 한국은 한층 고도화된 외교적 난제를 맞닥뜨리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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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새로 합의한 2022 전략개념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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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압에 공동 대응” “러, 가장 심각한 위협” … 나토 역할·범위 넓어지나


나토 30개 회원국 정상들은 29~30일 이틀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사실상 위협으로 명시하는 2022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전략개념은 향후 10년간 나토의 전략적 방향과 청사진을 담은 나토 핵심 문서다. 1949년 창설 이후 나온 7개의 문서에서 중국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은 처음으로, 언급 수위도 상당히 셌다.

나토는 새 전략개념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적시했다. 또 “중국은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부문, 중요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고 하며 우주·사이버 공간·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전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러의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를 두고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약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향후 나토가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을 넘어서 인도·태평양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략개념이 “항행의 자유를 포함해 공통된 가치와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수호 작전에서 나토의 역할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동맹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에 주력해온 조 바이든 미 정부로썬 반도체 공급망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선 미-유럽 무역기술위원회(TTC)를 통해, 군사안보 차원에선 나토를 발판으로 유럽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서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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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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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역내 핵심 국가들엔 나토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4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여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물으려는 국제적 결의와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려는 결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략개념에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갔다.

나토의 새 전략개념은 ‘나토 동진’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극적으로 달라진 인식을 드러냈다. 직전인 2010년 전략개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호명된 러시아는 이번엔 “회원국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안정에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됐다. 또 “러시아는 강압, 전복, 침공, (영토) 합병으로 영향력 입증과 지배권 확립을 추구한다”면서 러시아의 핵전력 현대화 움직임도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강하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대서양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지속해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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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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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태세는 ‘냉전 모드’로 강화… ‘중립국’ 외교 입지 더 좁아져


중국과 러시아를 자유주의 세계 질서에 현상 변경을 가하려는 “권위주의적 행위자”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나토는 새로 설정한 방향성에 맞춰 전열도 가다듬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방어태세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냉전 이후 처음”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1년 이내 신속대응군(NRF) 병력의 4만명에서 30만명으로 증강, 발트해 등 동부 전선 부대 여단급 승격, 폴란드·루마니아 전투 여단 순환배치 확대,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 추가 배치, 스페인 주둔 구축함을 4척에서 6척으로 확대 등이다.

나토는 또 러시아의 맞대응 경고에도 핀란드와 스웨덴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유럽 안보 지형은 물론 세계 각국의 외교적 대응에도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 때에도, 핀란드는 냉전 이후부터 줄곧 군사적 중립 노선을 지켜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전격적으로 무기를 지원한 데 이어 서방의 대러 군사동맹 나토에까지 가입했다. 나토는 전날 별도의 성명에서 핀란드·스웨덴의 가입을 환영하며 “두 나라는 더욱 안전해지고, 나토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유럽과 대서양지역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 결정은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목적이 크다. 동시에 세계가 권위주의 대 자유주의 진영으로 나뉘면서 ‘중립’ 또는 ‘균형’ 외교가 설 공간이 현저히 좁아진 상황도 반영한다.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균형점을 찾는 데 힘썼던 한국과 같은 국가들의 외교적 옵션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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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일(현지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북유럽 5개국 정상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슨 총리, 핀란드 사울리 니니스토 대통령, 스웨덴 막달레나 안데르손 총리, 노르웨이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 아이슬란드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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