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중국이 최대 무역국이어서 '줄타기'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갈라 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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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이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최대의 두려움'(worst fear)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28일(각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을 뒤로 하고 나토에 간 것은 시진핑 주석의 최대 두려움을 자극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은 나토가 러시아를 적대시한다고 비난하는데, 아태 4개국이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간 것은 중국 정부를 더욱 편집증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30개 나토 회원국 정상과 함께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도 처음으로 초청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한국시간 29일 밤 10시)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2010년 정한 현재의 '전략 개념'을 12년 만에 업데이트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블룸버그는 "지정학적 지형의 변화를 반영, 향후 10년여간의 새로운 정책 지침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비안 잔 홍콩중문대 중국정치학 부교수는 "나토가 중국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국면은 분명히 중국을 불안하게 하고 포위·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선 나토가 비회원국인 아태지역 국가 정상들과 안보를 논의하는 것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력이 러시아를 넘어 아태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 자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나토가 특정 국가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나토는 유럽을 교란하고 아시아와 전 세계를 불안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도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브릭스(BRICS) 화상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힘이 있는 위치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안보의 난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마우성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엘마우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 양자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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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아시아 정상들은 나토와 협력을 환영하지만, 중국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가장 큰 무역 상대이며, 그간 지정학적 분쟁에서 상대에게 고통을 가하기 위해 무역·경제를 지렛대로 사용해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이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여파로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불매한 사례 등이 그렇다.
하타케야마 쿄코 일본 니가타현립대 안보학과 교수는 "일본이 군사·경제적으로 중국과 1대1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상황이라 유럽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도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새로 선출된 보수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유럽의 동맹국들과 더욱 가까이 지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성훈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나토와 연계하면 장기적으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 자국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 회원국과 호주와 같은 비회원국 민주주의 국가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국가가 나토와 협력을 중시하고는 있지만 중국에 맞서 아태 지역 안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역내 다자 군사동맹을 형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한때 미국 주도로 냉전 시대 동남아방위조약기구가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조직적 결함으로 1977년 해체됐다. 또 동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군사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전 일본 방위성 차관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했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아시아 나토' 창설이 고려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시점에서는 아무도 이에 동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이것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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