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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푸틴 도움받아 반정부 시위 진압한 카자흐스탄, 우크라 전쟁 후엔 싸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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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국가로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관계에 갈수록 균열이 생기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당시 러시아 공수부대의 도움을 받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편에 서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주요 인사들이 카자흐스탄을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카자흐스탄을 적대시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고르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개막한 독립국가연합(CIS) 검찰총장 조정회의에서 카자흐스탄 검찰총장을 만나 “카자흐스탄에서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 혐오 행위가 활발하다는 보고를 주기적으로 받는다”면서 “그러한 도전에 맞서 나치즘 등 극단주의의 부활을 막기 위한 단합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정권이 러시아 혐오 행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반러 정서를 사실상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콘스탄틴 자툴린 러시아 하원 CIS위원회 부의장이 라디오모스크바와의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에는) 러시아인 인구가 절대다수인 곳들이 많은데, 해당 지역들은 카자흐스탄이라 불리는 나라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알자지라는 “러시아 인구가 많은 카자흐스탄 북부를 침공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자흐스탄 인구 1910만명 중 약 18%에 해당하는 340만명이 러시아인이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지난 1월 기름값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을 받은 러시아 공수부대가 파견돼 시위를 진압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그동안 다자노선을 추구해온 카자흐스탄의 외교적 균형추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실리주의 노선이 자리잡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세력의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한스크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병력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자국 내 반러 집회도 허용했다. 지난 5월9일에는 매년 개최하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행사도 예산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서방의 대러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취임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으로 30년 이상 독재를 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충실한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1월 반정부 시위를 수습한 후 이달 초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등 개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로 인해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DPR과 LPR을 인정할 수 없다는 토카예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과거 소련의 영토는 러시아인들의 것”이라며 위협했다. 이틀 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주요 원유 수출 통로인 흑해 터미널을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워 잠정 봉쇄한다고 밝혔다. 미국 해운전문지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카자흐스탄을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간섭이 경제적 훼방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이 지난 2월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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